액화천연가스(LPG) 충전소에 대한 정부의 현실성 없는 규제로 충전소 보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안전마저 우려된다.
6일 액화석유가스 안전관리 및 사업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지하 저장탱크 용량에 따라 사업소 경계까지 일정 거리를 두도록 하고 있다. 지난 1998년 부천 LPG충전소 폭발 사고 이후 강화됐다.
가장 작은 용량인 10톤 이하 저장탱크도 사업소 경계와 24m의 거리를 두어야 한다. 20톤이면 반경 30m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저장탱크는 지하에 매설돼 폭발 위험이 거의 없다. 부천 충전소 화재사고 때도 지상에 있던 탱크로리는 폭발했지만 지하 저장탱크는 안전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저장탱크와 사업소 경계까지 거리만 더 두도록 함으로써 부지 매입비용만 늘어난다는 지적이다.
LPG 업계에 따르면 실제 충전소는 편의시설까지 더해 부지만 1322㎡(400평)~1652㎡(500평)가 필요하다. 한 달 판매량이 30~50톤에 불과한 작은 충전소도 662㎡(200평)는 넘는다. 규정상 도로에 인접해야 하기 때문에 땅 값도 더 비싸다. 땅 값만 수십억원에 달한다. 시내에 충전소가 들어서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유소도 기름에서 유증기가 새어 나와 폭발 위험이 있기는 마찬가지인데 LPG충전소에만 실효성 없는 잣대를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규제로 충전소 측에서는 초기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저장탱크를 10톤으로 하고 지상에 운송용 탱크로리를 저장탱크처럼 활용, 안전사고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
서울 잠실에 소재한 한 충전소는 한 달 판매량이 1000톤이 넘지만 저장탱크는 10톤에 불과하다. 탱크로리 1대 저장능력이 10~15톤이니 하루 평균 3~4대의 탱크로리가 충전소에 들어와 저장탱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저장탱크가 작으니 탱크로리가 충전소에서 오랜 시간 머물게 돼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게다가 저장 공간이 부족하니 탱크로리가 하루에도 수차례 다녀가야 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부천 충전소 폭발사고도 탱크로리에서 LPG를 이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며 “충전소 직원 실수로 자칫 가스가 누출될 경우 대형 사고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LPG충전소 저장설비 배치기준
자료: 액화석유가스의안전관리및사업법 시행규칙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