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가 네티즌을 기만한 `다베로그(食ベログ)` 사건 후폭풍으로 들썩인다. 광고라는 사실을 감추는 스텔스 마케팅(Stealth Marketing) 허용 범위를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정부와 업계가 재발 방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다베로그는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맛집 평가 사이트다. 70만곳이 넘는 맛집 정보와 함께 300만건을 웃도는 네티즌의 평가가 올라와 있다. 맛집 선택의 기준이 곧 다베로그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사건은 최근 다베로그 맛집 평가가 조작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시작됐다. 식당에 돈을 받고 평가를 조작하는 업체가 무려 39곳이나 발각됐다. 이른바 스텔스 마케팅 업체다. 다베로그가 가장 객관적 정보라고 믿었던 일본인은 충격에 빠졌다.
파문은 다베로그에서 멈추지 않았다. 한국의 네이버 `지식인` 격인 야후재팬 `치에후쿠로`도 상업적 정보에 오염됐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네티즌이 특정 지역 식당이나 상점을 추천해달라는 글에 마치 일반 네티즌처럼 가장해 돈을 받은 곳을 소개해주는 형식이다.
다베로그와 야후재팬 측은 “우리와 무관하게 스텔스 마케팅 업체가 벌인 짓”이라고 해명했지만 일본 네티즌의 비난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운영 업체가 최소한의 검증에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인터넷 광고대행 업계 1위 사이버에이전트는 아예 연예인까지 동원해 스텔스 마케팅을 펼쳐 빈축을 사고 있다. 사이버에이전트의 블로그 서비스 `아메바`에 올린 연예인 두 명의 치약 사용기가 광고로 판명됐다.
사이버에이전트는 연예인을 앞세운 스텔스 마케팅 비용으로 건당 100만엔(약 1460만원)까지 받았다. 이 돈은 사이버에이전트와 연예기획사가 나눠가졌다. 물론 블로그 글이 광고라는 공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스텔스 마케팅 논란이 일파만파로 퍼지자 일본 소비자청이 조사에 나섰다. 후쿠시마 히로히코 장관이 기자회견을 자청했지만 “맛집 평가 기준은 주관적이므로 현행법 위반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과징금 부과를 도입한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와는 사뭇 다른 결정이다.
업계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인터넷 마케팅 업체와 광고대행사 43곳이 모여 자율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상업적 글임을 확실히 표기하는 내용 등이 뼈대다. 다베로그와 야후재팬 등도 스텔스 마케팅 글을 걸러내겠다고 선언했다.
민관의 노력이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인터넷 질의응답 서비스 업체 오케이웨이브 가네모토 가네토우 사장은 “아무리 기술적 장치를 동원해도 스텔스 마케팅을 없애기는 불가능하다”며 “마치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상업적 글은 계속 올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나 감시도 중요하지만 네티즌의 지혜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인터넷 홍보업체 뉴즈투유 간바라 미나코 사장은 “네티즌이 조금 더 스스로 정보를 찾을 필요가 있다”며 “수고한 만큼 좋은 정보를 얻기 마련이다”고 설명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