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 모든 생명체는 에너지를 소비해 생존한다. 그 중 인간은 더 나은 생활을 위해 자신이 소비할 에너지를 생산한다. 특히 전기 에너지는 인간을 시간과 공간 제약으로부터 자유롭게 했다.
한국인이 사용하는 전기 약 40%가 원자력 발전을 통해 생산되고 있다. kWh당 발전단가가 39원으로 태양열(kWh당 716원)이나 액화천연가스를 사용하는 화력발전(kWh당 154원)보다 저렴하다. 화석연료인 석탄을 사용하는 화력발전이 kWh당 991g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데 비해 원자력은 10g밖에 배출하지 않는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의 중요성이 더욱 절실한 이유다.
이처럼 원자력발전소 운영은 인간이 편리한 문명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이다. 그러나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볼 수 있듯이 원자력발전소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인류의 핑크빛 미래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신형원전연구소에서 원자력발전소 설계 안전성을 확인하고 검증하는 일을 한다. 자동차 안전을 시험하기 위해 충돌시험을 하는 것처럼 실제 실험은 할 수 없지만,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원자력발전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수백가지 사고 상황을 예측하고, 모사해 간접적으로 안전을 확인한다. 이런 안전성 검증으로 원자력발전소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사고와 이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위험에서 국민이 충분히 보호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현재 원자력발전소 신모델을 개발하는 신형원전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개발 중인 APR+원전 모델 안전성을 확인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효율보다는 안전이 강조되고 있어 더욱 중요해진 일이다. 현재 개발중인 APR+노형에서는 예상치 않은 사고에도 원자력발전소가 안전하게 정지 냉각될 수 있도록 피동안전계통을 도입·설계해 안전성이 더욱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자력은 최초로 방사성 원소를 발견한 여성과학자 마리 퀴리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원자력 분야에 여성과학자들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수많은 사고를 예측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준비하는 일은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각과 식견이 필요하다.
원자력발전소의 안전한 운영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된 시점이다. 여성 과학기술인의 섬세한 감각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고, 예리한 기술과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원자력 과학기술을 선도한다면 원자력 안전에 대한 국민의 더 큰 신뢰를 얻을 것이다. 또 세계로 진출하는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이 더 큰 추진력을 얻을 것으로 확신한다.
나는 인류의 풍요로운 미래와 국가 안전을 책임진다는 사명감으로 매일 아침 연구실의 불을 밝히는 원자력 분야 여성 과학기술인이다.
강상희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kshee@khn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