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니바퀴는 두 개의 축이 맞물려 한 방향으로 도는 것이 특징이자 주 기능이다.
경제학에서는 톱니바퀴가 한 쪽으로만 움직이는 것처럼 경기가 후퇴해도 쉽게 소비가 감소하지 않는 현상을 말할 때 ‘톱니효과(Ratchet Effect)’라는 말을 쓴다. 소비가 현재 소득 변수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라 과거 경험(소득 수준)에도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톱니효과는 제품 구매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3000cc급 자동차를 타던 사람은 소득이 감소해도 좀처럼 1000cc 경차로 자가용을 바꾸기 어렵다. 첨단 스마트폰을 쓰던 사람에게 2G폰이 전혀 매력적인 상품이 아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제조사들은 매년 신제품, 프리미엄 제품을 만들어 낸다. 제품은, 특히 공산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단가하락이 뚜렷하다. IT기기는 더욱 그렇다. 10년 전에도, 5년 전에도 주력 데스크톱 PC 가격은 150만원 수준이었다. 평균 판매 제품단가 하락을 막기 위해서도 제조사들은 첨단 기능의 제품을 끊임없이 시장으로 밀어내야 한다.
최근 인기몰이중인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는 이같은 톱니효과를 잘 이용한 대표 제품으로 보인다. 초기에 ‘휴대하고 다니기에 너무 크지 않느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5.3인치 대화면에 빠져든 이용자들은 작은 화면의 기존 스마트폰과의 비교를 거부할 정도다. 삼성의 성공에 고무돼 경쟁사들도 대형화면을 탑재한 스마트폰 개발에 뛰어든 상황이다.
TV에서도 톱니효과는 뚜렷하다. 지난해 주력 판매 제품은 40인치 TV였다. 올해 제조사들이 거실용을 타깃으로 내놓는 제품은 47~55인치대로 지난해보다 분명히 커졌다. 한 번 큰 화면을 맛본 사람은 좀처럼 30인치대 TV로 회귀하기 힘들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연초 삼성·LG가 선보인 OLED·UD TV는 아직 시장 주력제품으로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탁월한 해상도와 뚜렷한 명암비는 일반인들도 경험했다. 한번 높아진 눈높이는 아래로 향하기 힘들다. 차세대 제품이라 불리는 신형 TV제품들이 단순히 ‘기술과시형 모델’로만 보이지 않는 이유다.
가전유통팀장·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