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록 교수의 창조정신 후츠파로 일어서라]<4>질문의 권리

 이스라엘 어머니들은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안아주며 물어보는 첫 질문이 “오늘은 학교에서 무엇을 질문했니?”라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끊임없는 토론과 질문으로 다져진 교육시스템으로 위아래를 막론하고 이스라엘인에게 질문은 당연한 권리로 간주된다.

 

 소설가 버나드 쇼는 “두 사람이 각자 가지고 있는 하나의 사과를 서로 교환하면 하나씩 갖게 되지만 아이디어를 서로 하나씩 교환하면 서로 두 개씩 아이디어를 갖게 된다”고 했다. 이스라엘인들은 보이는 것은 나눌수록 작아지지만 보이지 않는 지식은 나눌수록 커져가는 진리를 일찍부터 가르친다.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토론은 생각을 생산하고, 질문은 생각을 교환하는 수단으로 여긴다. 지혜의 산물인 질문을 당연한 권리로 생각한다. 이들의 관점에서 본다면 질문 없는 교육은 상상력의 단절을 의미한다.

 상상력이란 가본 적 없는 미래로의 여행이며 지식 파이를 넓히는 출발선이다. 제조업 중심 생산경제에서는 손발이 부지런해야 했으나 지식경제 시대에는 머리가 번득여야 한다. 끊임없이 상상하고 질문하며 토론하는 문화에서 지식경제는 확대재생산할 수 있다.

 이것이 이스라엘과 세계에 흩어져 있는 유대인 인구가 세계 인구 1000명당 2명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차지하는 노벨상 수가 전체 22%를 차지하는 비결이다. 유럽 전체가 만들어내는 것과 같은 규모의 창업을 매년 일구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경제규모는 세계 20위권이지만 지식자본 규모는 세계 3위를 차지한다.

 미국의 법학전문대학(Law School)은 모든 수업이 질문과 토론으로 진행된다. 교수는 다음 강의 주제와 자료를 미리 나눠 주고 수업은 곧바로 질문으로 시작한다. 학생들은 수업시간내내 언제 질문의 화살이 자기에게 떨어질지 모르는 가운데 초긴장 상태로 수업을 받느라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학생도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운좋게 첫 질문이 유대인 학생에게 떨어지면 나머지 학생들은 편안하게 수업에 임할 수 있다. 유대인 학생이 오히려 교수에게 끊임없이 질문 공세를 펼치기 때문에 그날 수업은 그것으로 끝이기 일쑤다.

 사해에 녹아있는 광물자원을 빼고는 천연자원이 전무한 이스라엘 경제 95%는 과학기술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과학기술은 그 자체가 경제를 의미한다. 따라서 교육제도는 열린 교육을 지향하며 질문과 토론으로 상상력을 장려한다.

 수직적 명령체계가 엄격해야 할 병역제도조차도 과학기술 중심 엘리트 부대를 편성해 과학국방을 지향한다. 제대 후 그 기술이 곧바로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어서 이스라엘 엘리트부대(탈피오트, 8200부대 등) 출신들이 미국 나스닥을 주름잡다시피 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고 의과대학이 모여 있는 나라다. 그 수는 이스라엘에 비해 30배나 되며 학생 수는 50배를 넘는다. 그러나 현재 가장 각광받는 분야 중 하나인 바이오 벤처는 세계 70%가 이스라엘에서 탄생하고 있다.

 이스라엘 의료진이 월등히 우월한 것도 아닌데 이 문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주사기를 사용하지 않고 약물패치를 피부에 갖다 대기만 하면 7초 만에 약물이 피부를 통해 흡수되고(트랜스파머 메디컬), 머리카락 몇 가닥을 소포로 보내면 유전자를 분석해 앞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질병을 미리 알려주는(컴퓨젠) 바이오 기술을 포함해 거대한 융합IT 파도가 왜 미국이 아닌 이스라엘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가.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그들의 뻔뻔하고 당돌한 후츠파 정신이 학문과 산업의 장벽을 헐고 서로 빤히 들여다보며 간섭하고 토론하는데 익숙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은 초음속 전투기 공기역학을 실내에서 간단히 실험하는 풍동실에 들른 의사가 유체역학자 친구와 점심시간에 햄버거를 함께 먹던 중 고안해냈다. 유전학자와 결혼한 클라우드 컴퓨팅 엔지니어가 신혼여행에서 만들어낸 아이디어도 있다.

 상상은 생각의 모서리나 틈새에서 싹튼다. 생각이 맞닿아 서로 간섭할 수 있는 모서리를 만들지 못하면 창조의 싹이 돋아날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위 틈새 영역에서 얼굴이 벌개지도록 싸우듯 토론하며 결론에 도달하고 그 후 아무일 없었다는 듯 서로 웃고 함께 나서는 것이 유대인의 창조정신 후츠파다.

 이어령 교수가 어느 강연에서 고백한 일화다. 초등학교 국어시간에 흥부전을 공부하다가 갑자기 어미제비가 갓 부화한 아홉 마리 새끼에게 먹이를 골고루 나눠 주는 것이 평소 궁금했던 소년이 선생님에게 비결이 무엇인지 질문했다고 한다. 국어시간에 엉뚱한 질문을 한 죄로 선생님께 뺨을 얻어맞고 그 후로 상상력이 풍부했던 어린이가 졸업할 때까지 학교에서 입을 다물었다고 한다.

 이제는 산업화 시대의 손발로 움직이는 경제가 아니라 창조적인 두뇌가 만들어내는 지식경제 시대다. 블루오션으로 앞서가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도록 가정, 학교, 군대, 기업 등 어디서나 열린 질문, 토론문화 지평을 함께 고민할 때다.

 윤종록 연세대학교 연구교수 jonglok.yo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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