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부는 하루가 멀다하고 치솟는 물가로 곤욕을 치렀다. 생필품 중심으로 가격이 폭등하면서 물가 정책이 실패했다는 질타를 받았다. 매주 물가대책회의를 개최하고 방안을 내놨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전년대비 소비자물가상승률 4%라는 방어선을 지켜냈지만 가까스로 턱걸이 한 것으로 사실상 낙제점에 가까웠다. 만약 연말에 물가지수 품목 개편이 없었으면 4.4%를 기록했을 정도로 고물가 충격파는 컸다.
더구나 소비자물가는 4% 상승했지만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물가는 더 컸다. 지수물가와 피부로 느끼는 물가는 차이를 보인다. 지수물가는 여러 상품의 평균 가격수준을 나타내는 반면에 피부로 느끼는 물가는 일상생활 지출 비용에 대한 개인적 느낌이므로 각자 다르다. 결국 체감지수가 높다는 것은 생필품 및 공공재 물가 관리에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가를 잡는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금리인상이다. 그러나 지난해 정부는 금리를 별로 올리지 않았다. 금리인상으로 가뜩이나 부진한 경기가 더 위축될 가능성이 있고 높은 가계부채율로 가계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올해 물가도 안심할 처지가 아니다. 한국은행과 다수 민간 연구기관에서 물가 여건이 작년보다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지만 연초 국내외 물가 여건을 고려할 때 낙관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란 제재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서는 등 연초 물가불안이 높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유럽 발 재정위기가 지속되면 우리나라도 영향권에 들어 경기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 금리인상카드를 내놓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고민을 반영하듯 지난 13일 한국은행은 1월 기준금리를 3.25%로 동결했다. 7개월 연속 동결이다. 경기침체를 우려해 고민 끝에 나온 결정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처럼 물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한다면 금리인상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부디 올해에는 한국은행이 금리인상 카드를 쓰지 않고도 물가가 안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