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CIO가 그리는 2012년

 최고정보책임자(CIO)로 한국에서 활동하기란 쉽지 않다. ‘최고(Chief)’라는 직함에도 예산철만 되면 힘이 빠진다. 경기가 불투명하면 더욱 그렇다. 최근 수년 연속이다. 앞이 깜깜해진다. 개선할 곳은 많고 선보일 서비스는 넘쳐 나서다.

 올해가 시작한 지 10여일 지났다. 전자신문 CIO BIZ+는 CIO 105인의 생각을 들여다봤다. 예상대로다. 하지만 계획과 비전에는 힘이 넘쳤다. 충분히 예상했던 결과기 때문이다.

 오히려 ‘선방했다’는 반응도 있었다. 어려운 여건에도 보안 이슈로 우려보다는 많은 예산을 확보했다. 예산 범위 내에서 최대한 효과를 낼 것이다. 매번 적은 예산을 쥐어짜면서도 보란 듯이 해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신서비스 개발 기대에 차 있다. 수많은 임직원 그리고 고객에게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선보일 마음에 벌써 들떠 있다. 대표 CIO들의 소리를 전한다.

 ◇CIO가 있는 한 투자는 계속된다=경기는 불확실하지만 전사적으로 정보화 필요성 공감대는 확대됐다. 그래서 부족하나마 예산도 꾸준히 확보한다. CIO들은 최대한 효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다.

 이상만 대한항공 전무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혁신적 조직으로 만드는 데 올 한 해도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왕영철 GS리테일 상무는 “경기와 관련 없이 IT인프라 투자는 지속돼야 한다”며 “불황이 와도 IT 투자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보화를 주도하는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정보화가 시스템·서비스 개선이고 이는 기업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투자에 소홀하지 않는다.

 유석흥 국민은행 부행장은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더 많이 벌든지 아니면 적게 써야 한다”며 “편리하게 상품을 개발하고 적시에 상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IT서비스를 지원하고 IT본부 자체 역량을 강화해 비용절감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선무 현대증권 상무는 “긴축재정이 예상되지만 보안 등 몇 개 부문은 지속적으로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말했고 김용태 푸르덴셜생명 부사장은 “금융사는 IT 투자를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시스템 프로젝트를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올해 대학 재정여건은 안 좋다. ‘반값 등록금’ 이슈로 등록금을 인하하거나 동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학이 다른 업종과 비교해 주도적으로 IT 투자를 하고 있는 분야가 아닌 만큼 예산 확보도 쉽지 않다.

 고광병 연세대 정보통신부원장은 “등록금 이슈로 큰 사업을 벌이기는 굉장히 어렵다”면서 “허용되는 예산 범위 내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등 대학에서 도입이 필요한 부문에 시범 사업을 시도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최승돈 이베이코리아 부사장은 “매년 10% 정도 예산이 늘었는데 올해는 불확실한 경기를 감안해 5%가량 늘었다”며 “빅데이터의 과학적 활용 투자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사들은 수익 환경 악화 속에서도 롱텀에벌루션(LTE)으로 기회를 맞고 있다. 송정희 KT 부사장은 “정보시스템을 활용한 비즈니스 혁신으로 통신사에서 IT서비스 회사로 위상을 확보하고 그룹 IT전략도 강화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CIO들의 ‘스마트화’=CIO들의 공통된 고민은 투자 효과를 더 높이는 것이다. 과거 수동적으로 투자하고 관리에만 주력했던 것과는 다르다. 투자 결과물인 기술·서비스를 융·복합해 시너지를 내거나 기존 서비스에 새로운 기술·서비스를 추가해 진화한 서비스를 펼친다.

 김경섭 행정안전부 정부통합전산센터장은 “센터 설립 후 6년간 서버 통합으로 다양한 성과물을 내놓았다”며 “이제는 통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SW와 서비스를 묶어 스마트 컴퓨팅 서비스로 진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 컴퓨팅 서비스에 모바일·클라우드 컴퓨팅 등을 도입하겠다”며 “관리도 힘들고 비용도 많이 들어가는 플랫폼을 대폭 개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센터는 중소기업 아이디어를 활용하고자 전자정부 개발 프레임워크를 개발한다. 중소기업이 보유한 기술·서비스를 프레임워크 기반으로 쉽게 개발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효율화를 위한 인력 양성에 나서는 CIO도 여럿이다. 유철희 국방부 정보화기획관(국장)은 시스템 의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인재 양성에 나선다. 유 국장은 “사이버 보안기술 인력 양성을 시작했다”며 “이들이 성장해 기획하고, 진단하고, 보강한다. 현재 갖추고 있는 것을 완벽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태 부사장은 “정보조직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내부 IT 인력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비용 대비 효과를 봐야 하고 적은 인력으로 많은 역할을 하기 위해서 더 그렇다. 내부 IT 역량을 강화해 고효율 조직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본부 관리와 교육도 챙긴다. 황만성 기업은행 부행장은 “시스템 개발은 IT관점만이 아닌 현업 사용자 관점에서 최대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성공적인 차세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 올해 최대 목표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박선무 상무도 “올해 안정적인 정보시스템 운영을 위해 노력한다”며 “기존 시스템을 고도화해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시스템 활용도 강조됐다. 이상만 전무는 효율적인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 활용에 나선다. 이 전무는 “ERP시스템으로 효율적인 원가관리가 가능해지고 수입 집계가 매우 빨라졌다”며 “전략적 의사 결정으로 회사 비전을 실현하는 데 크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내 원활한 소통과 통합을 위해 그룹웨어 혁신도 추진하겠다고 소개했다. 정보시스템을 활용한 비즈니스혁신 개념을 강조한 송정희 부사장은 “안정적 BIT 전환과 이를 기반으로 전사 서비스를 혁신하겠다”며 “이를 위해 오픈기술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확대해 저비용 고효율 서비스로 플랫폼을 전환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유석흥 부행장은 “올해 핵심과제는 스마트한 정보 운영”이라며 “고객·상품·마케팅 정보 등 다양한 정보를 스마트하게 분석해 제공할 수 있는지 방안을 찾아볼 것”이라고 밝혔다. 유 부행장은 “고객은 은행을 좋아하고 현업에서는 업무를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화두는 보안·클라우드·빅데이터=“사고가 나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예산 확보 문제로 어려워하는 CIO들이 농담으로 던지는 말이다. 지난해 유독 보안사고가 많았다. 특히 보안에 신경을 많이 쓰는 금융업종에서 사고가 연이어 터졌다. 자연스럽게 보안에 관심이 커졌다. 예산은 늘었지만 CIO 입장에서는 부담도 크다.

 올해 IT전략으로 ‘철통보안’을 꼽은 황만성 부행장은 “안정적으로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 최대 목표”라며 “최근 프로그램이 너무 많아져 장애 발생 소지가 늘었다. 철저한 테스트와 IT본부 직원 교육으로 전산장애가 없는 한 해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유철희 국장은 “어떻게 하면 최상의 방어를 할 수 있는지 언제나 고민”이라며 “정보보호팀 조직도 보강하고 완벽한 장비체계를 갖추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용태 부사장도 “올해 전략 첫 번째는 보안”이라며 “관련법도 만들어져 업계 모두가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클라우드 컴퓨팅도 올해 빼놓을 수 없는 화두다. 고광병 부원장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구축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시범적으로 위험성과 편리성을 테스트베드를 설치해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김경섭 센터장도 “올해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원년으로 삼겠다”며 “서비스 준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장 성숙과 함께 주목을 받고 있는 ‘빅데이터’도 관심을 받았다. 최승돈 부사장은 “데이터웨어시스템(DW)과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 등을 갖춰 소비자 구매 행위를 포함하는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회사는 소비자가 어떤 제품에 관심을 갖고 무엇을 구매하는지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을 추진한다. 특정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다음에는 어떤 제품을 구입하는지 패턴 등을 분석한다. 최승돈 부사장은 “소비자 데이터는 중요한 의사결정 요소로 삼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왕영철 상무는 “슈퍼마켓 IT를 재구축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며 “운영 수준을 높이기 위한 머천다이징(MD) 시스템, 물류시스템 등을 전면 교체해 보다 사용하기 편하고 경쟁력있는 슈퍼마켓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슈퍼마켓 판매시점관리(POS) 시스템 교체도 이뤄질 것”이라며 “이런 인프라 투자는 5~10년 후를 내다보며 지속적으로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CIO BIZ+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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