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구 한글과컴퓨터 대표 hglee@hancom.co.kr
근래 국경을 넘나들며 세계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삼성전자와 애플 간의 태블릿PC 특허 소송은 가히 전쟁을 방불케 한다. SW특허로 선제공격을 당한 삼성전자, 통신특허를 활용한 애플 대상 반격은 단기간에 마무리될 것 같지 않다. 삼성전자-MS, 삼성전자-구글-HTC 등 글로벌 기업 간 연합을 통한 특허전쟁은 확전 양상마저 보인다. 바야흐로 세계는 모바일 플랫폼 시대를 기점으로 지도없는 영토전쟁을 벌이는 형국이다.
페이스북, 트위터를 중심으로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안드로이드와 iOS가 경쟁하는 모바일, 클라우드 컴퓨팅 등 SW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세상은 끊임없이 창조되며 물리적 제한이 없는 사이버 생태계의 지도를 그려나가고 있다. 새롭게 창조되는 사이버 생태계의 성공은 곧바로 거대 시장 장악으로 이어짐을 알 수 있다. SW플랫폼 선점은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보장하는 승자독식으로 직결된다.
새로운 SW플랫폼이 움텄다고 생각되는 순간 SW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생태계 형성은 빠르게 진행된다. 주도권을 쥔 기업은 초고속 성장을 반복하는 패턴을 보이지만, 이미 형성된 생태계 위에서 활동해야 하는 후발주자는 제한적 수익만을 향유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경쟁구도 속에서 후발주자일 수밖에 없는 우리 IT기업의 입지는 좁아지는 게 현실이다.
생태계 주도 기업이 시장을 독식하는 경쟁환경에서 생존하려면 대한민국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혁신적인 도전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에 정부는 국내 산업환경, 인력구조, 기술수준 등의 여건을 고려해 산학연계 기반 ‘SW플랫폼 연구센터(가칭)’를 설립하기로 했다. 또 모바일 환경 생태계 조성을 위한 기술개발 투자계획을 야심차게 발표했다. 새로운 SW플랫폼 개발에 많은 자원과 시간이 투입될 것이 예상되는 현 시점에서 이를 실현할 조직은 창의적이고 유연하면서도 시장·기술·자본 조화를 추구해야 한다. 조직도 탄탄해야 한다. 정부 결정은 시의적절하다.
연구센터에서 새로 개발할 SW플랫폼은 이미 치열한 경쟁 소용돌이에 휩싸인 소셜네트워크나 스마트폰·태블릿 중심의 사용자 모바일 환경을 뛰어넘어야 한다. 클라우드 컴퓨팅과도 차별화되는 그 무엇이어야 한다. 생산적 기업환경을 지원하는 비즈니스 모바일 플랫폼 선점을 추구하거나 기존 플랫폼을 아우르는 버추얼 플랫폼 개발이 그 대안일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지금까지 등장한 플랫폼에서 한걸음 나아가 다음 세대의 ‘개방형 모바일 SW플랫폼 2.0’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센터에 주어진 임무는 새로운 생태계를 창출할 SW플랫폼이다.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제고하려 한다면 기술인력 양성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센터가 배출하는 고급인력을 적극 활용하려면 SW융합 분야 전반에 넓고 두터운 인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그들이 기업 기술혁신을 주도하는 핵심 기술인력으로 활용된다면 기업의 기술개발 역량도 빠르게 향상될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우위도 갖추게 된다.
대학 연구역량을 기업이 적극 활용하고, 기업은 시장으로부터 수요를 환류시켜야 한다. 개발된 기술에서 얻어진 수익은 연구센터에 재투자되는 선순환 구조도 필요하다. 대학이 연구과정에서 배출한 우수 인력이 기업에서 활약하고, 산학협력을 통한 더 나은 기술을 개발하는 등 인적교류와 기술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모범적인 운영구조가 정착되길 기대해 본다.
이제 첫 발을 내딛게 될 연구센터가 대한민국의 거대한 도약으로 이어지기를 마음속으로 바란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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