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건욱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대한핵의학회 대외협력이사 kangkw@gmail.com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방사능에 대한 국민 관심이 뜨겁다. 우리나라에서도 수개월전 서울시 월계동 도로 아스팔트에서 기준 이상의 방사능이 측정됐다. 세슘-137이라는 인공 방사성동위원소가 검출됐다.
일본 원전사고 이후 환경 감시자 관심이 방사선에 집중됐고 고가 방사선량 측정기를 자비로 구입해 곳곳을 측정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월계동 사례를 신고한 환경감시자 블로그에 들어가 면 “11월 14일 방사능 수치 측정, 뜨악! 384nSv/h(시간당 나노시버트)”란 글이 있고 “대구 오전 11시 20분간 cpm(분당방사선계수) 평균 168,〃어제 팔공산 한티성지에서 잰 cpm 평균도 167”이라는 댓글이 올라 있다.
우리나라 전국은 방사능에 오염돼 있을까? 그렇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자연은 모두 방사선에 노출돼 있다. 우리나라에 살면 평균 연간 3밀리시버트의 방사선에 노출된다. 태양에서 나오는 우주 방사선부터 토양에 있는 방사성물질 등 다양하다. 우리 몸속에도 방사성탄소나 칼륨이 있다. 인류가 방사성물질을 만들기 전부터 모든 생명체는 이런 환경에서 태어나 번식했다. 우리 몸은 이런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왔다.
인공방사선에서 나오는 방사선도 자연방사선과 같은 종류다. 중요한 것은 그 양이 얼마나 많으냐다. 방사선은 무색무취다. 얼마나 많은지 느낄 수가 없다. 장비로 측정해도 마이크로시버트, 나노시버트 등 어려운 단위만 나올 뿐이다.
인류가 방사선이 해롭다고 인식한 것은 뢴트겐의 X선 발견 실험 이후 과도한 노출로 피부가 손상되고, 퀴리부인이 방사성라돈 실험 이후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부터다. 이후 일본 원폭 피해 생존자의 장기 추적연구에서 암 발생 증가에 대한 증거들이 나왔고, 100밀리시버트 이상에서는 백혈병을 비롯해 여러 암이 방사선 노출 정도에 따라 증가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월계동 아스팔트처럼 자연방사선의 수 배 수준은 어떨까? 3000미터 이상 고산 지역은 태양에서 오는 자연방사선량이 저지대에 비해 수배 높지만 암 발생률이 높다는 증거는 없다. 세포실험 등을 이용한 100밀리시버트 이하 저선량 방사선 노출실험에서는 세포손상이 선량에 비례하는 것보다 높다는 주장이 있다. 반면 저선량은 발암저항성을 주어 암 발생률이 낮아진다는 상반된 결과도 있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에서는 더 명확한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비례해 감소하는 것으로 가정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일반인이 자연방사선 이외 방사선에 노출될 경우는 X선 검사나 CT 검사 등 검진이나 진료를 받을 때다. 이 경우 방사선량은 0.1~25밀리시버트 수준으로 검사 종류에 따라 다양하며 100밀리시버트 이하 저선량에 해당한다. 필자처럼 방사선 유관 업종에 종사자는 연간 선량한도가 일반인 1밀리시버트에 비해 50배나 많은 50밀리시버트다. 물론 방사선 작업종사가가 일반인보다 방사선에 강할 이유는 없다. 이러한 저선량 의료방사선에 노출된 사람이 세계적으로 매우 많으나 아직까지 발암 등의 부작용 증거가 드러나지 않은 것은 담배나 음식 등 다른 요인에 비해 영향이 매우 미미하기 때문이다. 암발생 원인 중 담배는 30%를 차지하는 반면, CT 검사를 몇 번 받았을 때 암이 발생할 추정 확률은 1000분의 1도 안 된다.
환경감시자는 아무리 낮은 오염도 찾아내 알릴 사명이 있다. 그러나 비합리적인 센세이션 유발은 지양해야 한다. 정부는 자동차 사고, 담배 등 수 많은 위험성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각 위험성 정도를 계량화해 종합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어렵지만 전문가, 환경감시자, 국민 모두 소통해 공감하고자 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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