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와 전자공시,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연간 국내 정수기 시장 규모는 1조 5,000억원(2010년 기준)으로 추산된다. 판매량으로 따지면 연간 100만대 규모이며 매년 5% 정도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성장 속도로 따지면 그리 빠른 것은 아니지만 가정용 정수기 보급률이 30%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수기는 크게 중공사막(Hollow Fiber Membrane)과 역삼투압(RO Membrane)을 이용하는데, 정수 능력만 보고 따지면 역삼투압이 성능이 더 우수하다. 순수한 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에서 판매중인 정수기의 정수 방식은 90% 이상이 역삼투압을 이용한다.
중공사막은 역삼투압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유지비 등을 앞세워 주로 저가형 정수기에 많이 쓰인다. 어떤 방식이 더 유리하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중금속, 박테리아, 유기화학물질은 물론 세슘과 요오드와 같은 방사능 물질까지 걸러주는 역삼투압이 심리적으로 더 안정감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성능이 우수한 만큼 가격이 비싼 것도 역삼투압 정수기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 단순한 정수 기능만 가지고 있는 제품이 50만원대에 육박하고 여기에 냉수, 온수까지 포함한 모델은 100만원대에 이른다.
■ 정수기 버즈랭킹 TOP10(2011년 12월)
1 LG전자 WHD71RB1
2 동양매직 WPU-8201C
3 LG전자 WAD31UG1
4 웅진코웨이 P-220L
5 웅진코웨이 CHP-270L
6 쿠쿠 CP-RA401H
7 청호나이스 CHP-5160D
8 노비타 NWP-1100HB
9 원봉 WPU-3204
10 동양매직 WPU-6212C
※ 위 순위는 유통업체(지마켓, 옥션, 인터파크, 에누리, 마이마진, 다나와, 11번가) 판매·인기 순위와 전문 기자의 선별을 거쳐 나온 결과다. 가격은 2011년 12월 13일 인터넷 최저가를 기준으로 삼았다.
얼음까지 만들어주는 디스펜서 기능을 가지고 있다면 가격은 더욱 높아진다. 이 외에도 정수탱크 용량에 따라서도 가격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가족구성원 수와 정수한 물을 어떻게 마실 것인지 꼼꼼하게 따져야 나중에 낭패를 보지 않는다.
예전에는 얼음 디스펜서 기능을 갖춘 모델은 스탠드형으로 덩치가 상당히 컸지만 최근에는 청호나이스 CHP-5160D나 CHP-3690D처럼 데스크형으로 크기를 줄인 모델도 선보이고 있다.
요즘 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는 역삼투압 정수기 트렌드는 원코크 시스템과 냉온수 기능, 그리고 살균 기능으로 압축할 수 있다. 원코크 시스템은 말 그대로 물이 나오는 코크를 하나로 통일한 것으로 정수, 온수, 냉수를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정수기 특성상 코크가 많으면 관리가 어렵고 그만큼 세균이 번식할 확률이 높아진다.
예전에는 정수와 냉수만 제공하던 것에서 요즘은 온수도 기본이다. 따라서 각각의 저수조 용량이 얼마나 되는지도 살펴봐야할 부분이다. 차를 자주 마시거나 요리할 때 많은 양의 온수가 필요할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웅진코웨이 P-220L의 경우 요리에도 사용될 수 있도록 대용량 정수를 공급하는 기능을 갖춘 특화형 제품도 있다. 녹차를 우려내기에 알맞은 온도로 온수를 만들어주는 웅진크웨이 CHP-210L도 특화 제품 가운데 하나다. 동양매직 WPU-8250C도 같은 기능을 가지고 있다.
살균 기능의 경우 정수기 자체에서 지원하거나 외부 살균 기기를 연결해 이용하는 방법, 그리고 화학약품을 저수조에 넣는 방법 등이 있다. 제조사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화학약품을 이용하는 방식은 정수기 전체, 그러니까 원수(정수기에 주입되는 물) 라인부터 시작해 최종적으로 정수된 물이 나오는 코크까지 살균하지는 못한다.
이와 달리 정수기 자체 살균 기능과 외부 살균 기기를 연결하는 방식은 정수기 전체 유로(물이 흐르는 길)를 살균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마지막으로 저수조 재질도 체크 사항이다. 저주소 재질은 보통 폴리프로필렌 계열 플라스틱이나 스테인리스가 쓰인다. 어떤 재질이 더 낫다고 결론지어 말하기 어렵지만 전문가들은 같은 조건이면 스테인리스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순간 표면 온도 조절 능력이 좋아 일종의 물때인 바이오 필름이 붙을 가능성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이런 기능을 갖춘 정수기는 현재 판매되지 않으므로 어디까지나 이론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테인리스는 온수 저수조에 빠지지 않고 쓰인다. 그 이유는 위생에 있다. 실제로 한국과학기술원 재료공학과 권혁상 교수팀이 발표한 ‘수도 및 급탕관 소재 특성비교’ 결과를 보면 스테인리스는 80℃ 수돗물에서 위생 측면에서 안전한 재료로 소개된 바 있다. 스테인리스 저수조를 적용한 제품으로는 LG전자 에코 냉온정수기 WHD71RB1를 비롯해 쿠쿠 CP-RA401H와 CP-RA401HB, 노비타 NWP-1100HB 등이 있다.
[이 제품 좋다] LG전자 에코 냉온정수기 WHD71RB1
이 제품은 냉수 2ℓ, 온수 1.3ℓ, 정수 4ℓ의 저수조 용량을 지원하며 정수 방식은 역삼투압을 지원한다. 저주소는 정수와 냉수, 온수를 모두 스테인리스로 만들어 위생에 많은 신경을 기울인 것이 특징이다. 기존 냉온정수기(39.4kWh)나 냉장고(31.7kWh)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24.8kWh 전력소비량을 지원해 전기료 부담을 최소화했다.
원코크 시스템을 통해 세균의 번식을 최소화하면서도 사용자 편의성을 높인 것도 주목할만하다. 프리카본, 역삼투압, 포스트 카본 등 3가지 필터가 쓰이며, 청정 안심 램프를 통해 손쉽게 필터 교체시기를 파악할 수 있다. 이 외에도 2세대 인사이드 케어로 2달에 1번씩 정수기 유로를 모두 세척해준다. 2세대 인사이드 케어는 화학약품을 쓰지 않고 전기분해된 이온살균수를 정수기 내부에 흘려보내 저수조부터 배관, 코크까지 모두 청소가 가능하다.
이수환 기자 shu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