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과 대선이 맞물린 ‘정치의 해’라서 그런가. 온 나라가 연이어 터지는 의혹 때문에 시끄럽다. 하긴 어느 시절에는 의혹이 없었겠냐마는 2012년은 시작부터 의혹투성이다.
정치권은 돈봉투 의혹으로 한 해를 시작했다.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이 2008년 당 전당대회에서 모 후보 진영으로부터 300만원을 받았다가 돌려줬다고 폭로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악재 중 악재다. 마침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당 쇄신에 나서던 차에 터져 나온 의혹이어서 후폭풍이 크다. 고 의원에게 돈을 건넨 인물로 추정된 박희태 국회의장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정부 한 편에서도 연이어 제기된 의혹에 난리가 났다. 지난해 가을까지 방송통신위원회에 근무하며 최시중 위원장을 보좌했던 측근인사가 방송통신업계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다.
의혹은 그 내용은 다르더라도 공통점을 지닌다. 대부분 꼬리에 꼬리를 물고 힘을 더해간다. 한 가지 문제가 터지면 주변에서 새로운 인과관계가 드러나며 또 다른 의혹이 생겨난다.
EBS 이사 선임건에서 시작된 방통위 의혹이 주파수 경매, 제4이동통신사업자 선정 등으로 관계도를 넓혀나갔다. 돈봉투 의혹은 개인 문제를 넘어 한나라당은 물론 정치권 전체를 흔들어놓을 조짐이다.
두 번째 공통점은 한두달 지나면 사라진다는 점이다. 검찰 수사를 통해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나지만 그 사이 의혹은 제 풀에 꺾여 힘을 잃거나 아니면 새로운 의혹에 자리를 물려주고 퇴장한다.
또 다른 공통점은 남아있는 사람들의 피로도다. 사안 특성상 당사자는 물론 조직까지 도매금으로 뭇매를 받다 보니 구성원 고충이 만만치 않다. “부처 이름이 바뀌어도 그저 정부 정책에 따라 열심히 일했는데 요즘은 명함 내밀기 부끄럽다”는 방통위 직원 말을 한 귀로 흘려들을 수 없는 이유다.
의혹을 제기해 잘못된 부분을 개선하고, 의혹을 다스려 부작용을 막는 지혜 모두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