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물갈이

 물갈이의 사전적 의미는 수족관 혹은 수영장 따위의 물을 바꾸는 일이다. 사용한 물은 버리고 새 물을 쓰는 것이다. 하지만 물갈이는 사전적 의미보다 흔희 조직 구성원 또는 수장을 교체한다는 뜻으로 친숙한 개념이다. 물갈이 이유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문책하기 위해 혹은 분위기 쇄신을 위한 물갈이 등.

 올해 2조7000억원 규모 공공 정보화 시장에서 물갈이가 시작된다. 정보기술(IT) 서비스 대기업에서 소프트웨어(SW) 기업으로의 물갈이다. 과거 물갈이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동안 조연 혹은 단역에 그쳤던 SW 기업이 일약 주인공으로 부상한다. 그렇다고 SW기업이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해결해야 할 난제가 너무 많다. SW 기업의 특장점 부족과 일천한 경험을 염려하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절반의 성공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제대로 된 물갈이가 되기 위해서는 SW기업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SW 품질을 높이고 전문성을 강화해 차질 없는 사업 관리로 공공기관이 기업을 신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SW 기업 간 저가수주·과당경쟁 등 구태도 경계해야 한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물갈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SW산업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면 책임은 전적으로 SW기업 몫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IT서비스 대기업 후퇴와 SW 기업 전진으로 요약되는 공공정보화 시장에서의 물갈이는 건전한 SW 생태계 구현을 위한 시작일 뿐 결코 완성이 아니다.

 물갈이가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SW 기업이 정부 정책에 편승해 뼈를 깎는 혁신과 체질 개선 없이 과실만 누리려 한다면 잘못된 물갈이로 치부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SW 기업은 순식간에 또 다른 물갈이를 위한 1순위 대상으로 전락한다.

 물갈이가 개혁적이고 참신하다는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물갈이 결과가 신선하고 발전적이어야 한다. SW 기업에 부여된 시대적 과제가 무엇인 지 분명한 이유다.


 김원배 IT융합팀장 adolf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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