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권 광역위, 업무공백 언제 끝나나

 호남권 광역발전위원회가 사무총장 업무공백 장기화로 연계협력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해 9월 인사위원회에서 임용이 결정된 최영기 총장과 ‘임용불가 원칙’을 내세운 전북도간 지리한 공방전이 법정다툼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영기 총장은 지난해 10월 전북도에 연임 결정을 촉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행정심판위원회는 지난 4일 ‘각하’ 결정을 내려 사실상 전북도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최 총장은 대법원 상고를 비롯해 민사소송까지 제기할 계획이어서 파장이 계속될 전망이다.

 ◇지역발전 차질 우려=문제는 5개월 가까이 사무총장의 업무공백으로 광역연계사업과 신규 프로젝트, 중장기 마스터플랜 수립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점이다.

 사무총장은 지자체간 연계협력사업 발굴, 관리, 평가 등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실무업무를 지휘·감독하게 된다. 광역위 인력 역시 지자체에서 파견형식으로 근무하다보니 사무총장 부재시 업무를 지시하거나 감독할 주체가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현재 호남광역위는 광주시에서 파견한 김영준 기획총괄과장을 총장 직무대행으로 삼고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7개 광역위 가운데 호남권만 유일하게 사무총장이 공석인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정책 반영에도 발언권이 약할 수밖에 없다. 또 신성장동력사업으로 육성중인 문화관광사업과 생물산업 역시 용역발주 등 첫 단계부터 삐걱되고 있다.

 ◇지자체간 소통 부재가 원인=광역연계협력사업은 지역간 칸막이를 걷어내고 소통과 협력을 강조한 대표적인 지역전략사업이다.

 호남권의 경우 3개 지자체간 엇갈린 이해관계와 소통부재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3개시도 부단체장으로 구성된 인사위원회는 지난해 9월 최영기 현 총장의 연임을 최종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광주·전남에 비해 수적 열세로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 전북도의 주장이다. ‘낙후된 경제여건과 상대적 소외감’을 호소하는 전북도의 강력한 이의 제기로 인사위원회 결정은 제동이 걸렸다.

 임명권자인 시도단체장은 인선과정에서 충분한 소통과 지역발전을 위한 공감대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지자체장이 얼굴을 맞대고 고민을 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공식적인 인사위원회를 거쳐 최 총장이 연임에 성공했지만 임명장을 못받고 수개월에 거쳐 감정의 골만 깊게 패였다.

 ◇ 지자체간 ‘통근 합의’ 절실=광역경제권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호남권 내분은 지역발전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사무총장 인사 문제로 논란이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공동위원장인 김완주 전북지사와 강운태 광주시장, 박준영 전남지사는 얼굴을 맞댄 적이 없다.

 행정심판 과정에서도 광주시와 전남도는 ‘강건너 불구경’으로 일관했다. 괜히 나섰다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불똥이 튈지 모른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주관기관인 호남광역위 역시 3개 지자체의 눈치 살피기에 급급하다. 파견된 직원들이 대다수 하위직 공무원이다보니 업무에 대한 재량권과 권한이 미약하다. 파견기간도 평균 6개월에서 1년여에 불과해 ‘잠시 머물다 간다’는 인식이 강하다.

 호남광역위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장의 소통과 호남권발전을 위한 통근 합의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광역위 한 관계자는 “지자체의 엇갈린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광역위가 지자체 눈치를 살피지 않고 지역발전에 힘을 쏟을 수 있도록 책임과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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