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IT기기 수요 감소 여파로 지난해 혹한기를 거쳐 온 반도체·디스플레이 시장은 올 상반기까지도 체감기온이 영하권에 머물 전망이다. 하반기에는 수요 확산에 힘입어 숨통이 다소 트일 것으로 관측된다. 반도체는 하반기 수급이 안정되면서 회복세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된다. 바닥까지 내려간 LCD 시장은 3분기 반등이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대표 부품산업인 2차전지는 신규 수요 창출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터치스크린패널, 카메라 모듈, 인쇄회로기판 등은 모바일 시장 확산에 따른 수혜로 올해도 안정 성장이 예상된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지난해 침체기가 이어졌던 D램 반도체 시장은 올 상반기까지 회복이 어려울 전망이다. IT 수요가 계속 위축되고 D램 반도체 공급 과잉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반기에는 희망이 엿보인다. 태국 홍수사태 여파로 차질이 발생했던 HDD 생산이 정상화되면서 PC 수요가 다시 살아나고 PC업체들의 D램 재고 재축적이 시작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3분기 대만과 일본 메모리업체들이 감산에 들어간 효과가 하반기부터 반영되면서 수급 안정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에 낸드플래시 반도체 시장 기상도는 ‘쾌청’이다. 모바일 시장 확대와 SSD 수요 확산 등으로 낸드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메모리반도체 맹주자리를 차지한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가 예측한 올해 낸드플래시 시장 규모는 작년 대비 50% 늘어난 340억달러 수준. D램 반도체는 작년보다 10% 늘어난 330억달러로 낸드 시장 규모가 처음으로 D램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낸드는 특히 신규라인 구축 기업이 삼성전자·도시바·하이닉스 등에 불과하다. 수요 확대에 비해 공급량이 부족해 2분기 이후에는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시장에서 국내 업체 시장 지배력은 강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올해 반도체 투자를 사상 최대로 늘리면서 D램 미세공정 전환을 가속화하고 낸드플래시 생산 기반을 늘리면서 해외 경쟁업체와 격차를 벌려나갈 전망이다.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스마트폰 두뇌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중 2012년 최종 승자는 누가 될 것인지가 가장 큰 이슈다.
퀄컴의 3G·LTE 모뎀과 AP 원칩, 엔비디아 쿼드코어 프로세서, 삼성전자 ARM 15 AP 등이 관심을 끈다. 이들 칩을 통해 지난해보다 프로세서 속도가 1.5~2배 빨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배터리 소모도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연말께에는 PC 시장을 넘보는 AP 출현도 기대된다.
시스템반도체는 3차원 트랜지스터(트라이게이트)를 이용한 CPU의 첫 등장에 관심이 쏠린다. 인텔은 22나노 프로세서(코드명 아이비브리지)를 상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시스템반도체 공정에서는 28/32나노 공정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용 AP나 CPU 등 프로세서를 중심으로 28/32나노 공정이 활용될 전망이며, 지난해 가동을 시작했다.
국내 팹리스업체는 매출 성장을 위해 컨슈머나 시큐리티, 아날로그 등의 분야로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자동차 시장을 공략하는 팹리스업체도 늘고 있다. 이에 맞춰 정부도 자동차용 반도체 국산화를 위한 R&D 국책과제를 확대할 계획이다.
디스플레이 시장은 대형 LCD패널 가격 회복이 관건인 가운데, ‘상저하고(上底下高)’ 현상이 뚜렷할 전망이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은 폭발적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TV 수요 부진 여파로 1년 이상 지속된 LCD 업계 수익성 위기는 올 1분기에 바닥을 찍을 것이란 전망이다. 연말연초 쇼핑 시즌을 대비한 세트업체의 패널 구매가 늘어났고, 유통 재고가 정상 수준을 회복했다는 분석이다. 이르면 이달부터 패널 가격 반등이 기대된다. 본격적인 시황 반등은 3분기부터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는 올해 LCD 시장은 1134억달러로 지난해(980억달러)보다 15%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2년 만에 1000억달러 시장을 다시 돌파하는 셈이다. OLED 시장 규모는 92억달러로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스마트폰에 이어 스마트패드, TV 등 중대형 시장으로 적용이 확대되는 것이 청신호다.
패널업체 선전이 기대되지만 LCD 장비 업계는 힘겨운 한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신규 투자가 사실상 중단된 가운데, 중국 투자에만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비롯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부품소재
2차전지산업은 새해에도 IT 시장 전반의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 지난해 2차전지가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등 모바일 디바이스 확산에 힘입어 견고한 성장을 했다면 올해는 그 바통을 전기자동차와 전력저장장치(ESS)가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포드·르노·닛산 등 주요 자동차업체가 올해 전기자동차를 대거 출시한다. 여기다 일본 원전 사태와 친환경 정책 등의 영향으로 ESS 시범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중대형 전지의 본격적인 수요를 촉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휴대폰 배터리에 1개의 ‘셀’이 필요하다면 전기차에는 4000여개, ESS는 20만여개 셀이 들어간다. 2차전지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덕분에 전기차와 ESS 확산 여부는 시장 내 중대 변곡점으로 꼽힌다. 그만큼 2차전지 업체의 치열한 시장 경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공급 과잉으로 침체를 겪은 발광다이오드(LED)산업은 서서히 바닥에서 헤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가파른 회복세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유럽과 미국의 재정 위기로 인한 세계 경기침체로 LED의 주 수요처인 TV 시장이 되살아날 수 있을지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각광받는 LED조명도 기존 조명 대비 높은 가격 부담 탓에 아직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못하고 있다.
긍정적인 신호는 LCD TV 시장에서 LED 백라이트유닛(BLU) 보급률이 더욱 빠르게 늘어나고 세계 각국에서 백열등 판매가 속속 금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연말까지 LED TV 비중을 전체 80%까지 늘릴 계획이다. 단가 인하는 지속되겠지만 LED 수요 절대량은 늘어나는 것이다. 여기에 유럽연합(EU)은 올해 9월부터, 미국과 중국도 각각 단계적인 백열등 판매금지에 나선다. 우리나라는 70와트(W)급 이상 백열등을 퇴출한다. 백열등이 차츰 시장에서 사라지면서 이 빈자리를 LED 조명이 얼마나 채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스마트 시대 핵심 부품으로 급부상한 터치스크린패널(TSP) 시장은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새해부터는 일체형 터치 시장이 커지면서 종전 TSP 시장 구도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디스플레이 일체형 터치(OCTA) 생산량을 지난해 5000만대에서 올해 1억대로 늘리기로 했다. 커버 일체형 터치도 G1·G2 두 종류로 양산을 시작하며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하이브리드 커버 일체형인 G1F 모델을 올 초 단종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LG전자는 G1F와 G2를 같이 개발해 스마트폰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존 필름타입 TSP(GFF)는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30~40%나 늘어나지만 판가 인하 압력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수요를 타고 카메라 모듈 시장도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맞고 있다. 삼성전자는 당분간 500만·800만 고화소 카메라모듈 수급난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테크윈이 카메라 모듈사업에서 철수한 상황에서 기대 이상으로 스마트폰 판매량이 급증한 탓이다. 삼성전기·삼성광통신 등 고화소 카메라 모듈 협력사들이 공격적으로 생산 능력을 늘리고 있지만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LG전자가 출시할 옵티머스3D-2도 카메라 모듈 시장의 관전 포인트다. 듀얼 카메라 모듈 수요가 증가하면서 LG이노텍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1200만화소급 카메라 모듈도 하반기에는 시장에 본격 선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인쇄회로기판(PCB) 역시 스마트기기 시장을 중심으로 꾸준히 수혜를 얻을 전망이다. 스마트폰 출하량이 증가하면서 양면 FPCB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플렉스·대덕GDS 등 주요 FPCB업체들이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고, 핵심 소재인 연성동박적층판(FCCL)을 공급하는 이녹스·두산전자도 생산량 늘린다.
LTE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주기판(HDI) 시장에서는 3비아홀 공정이 확산되는 추세다. PCB업체가 수율을 조기 안정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반도체 기판 시장에서는 모바일용 제품 수요는 꾸준히 상승하지만 PC 등 기존 IT산업 수요는 주춤할 것으로 예측된다. 대덕전자와 LG이노텍이 칩스케일패키지(CSP)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지가 관심사다.
서동규·양종석·문보경 dkseo@etnews.com
서한·윤건일·이형수 h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