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주범인 이산화탄소로 가방을 만든다. 가까운 미래에는 이산화탄소가 원료인 플라스틱으로 만든 가방이나 지갑은 물론이고 건축 내장재와 포장지 등도 등장할 전망이다. 일명 ‘그린 폴(Green Pol)’이다. 버려지는 이산화탄소를 회수해 저장한 후 촉매기술을 이용해 플라스틱 원재료인 폴리머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기존 플라스틱 원료 나프타를 생산하기 위해 석유를 사용하는 반면에 그린폴은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쓴다. 플라스틱을 만들기 위해 석유를 쓰면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것이다. 덕분에 탄소배출권을 확보할 수도 있다.
분해성·무독성·청정 생산 공정 등 친환경적 특성 이외에도 투명성과 차단성이 기존 범용수지에 비해 뛰어나 건축용 자재·포장용 필름·식품 포장재로 활용 범위가 넓다. 불에 탈 때도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기 때문에 그을음 등 유해가스가 발생하지 않는다. 화재가 나도 피해를 줄일 수 있고 환경오염 영향도 적다. 이산화탄소가 기후변화 주범에서 자원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08년 10월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는 신기술 특허 이전 및 연구협력 계약을 아주대와 체결하고 연구에 돌입했다. 지난해 8월에는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으로부터 신기술(NET) 인증서를 받았다. 해당 기술을 기반으로 상업공정은 물론이고 제품용도 개발을 위한 파일럿 플랜트를 완성했으며, 현재 상업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폴리머 제품으로 전환하는 기술을 상용화함으로써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를 생산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