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방통위, 크게 멀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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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타깝다. 아니 안쓰럽다. 요새 방통위를 바라보는 개인적인 소회다. 방통위가 난타당하고 있다. 좀 과장해 ‘동네북’ 수준이다. 산업계에서 보는 시각도 곱지 않다. 방송은 방송대로, 통신은 통신대로 “존재감이 없다”고 대놓고 비난한다. 차기 정부 출범까지 1년이나 남았지만 벌써 ‘방통위 해체론’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방통위 김충식 상임위원의 우스개 소리처럼 제대로 ‘쪼개지고’ 있는 것이다.

 방통위가 왜 나락으로 떨어졌을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정책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실패’라는 표현에 방통위는 억울하겠지만 할 수 없다. 정책 수혜자 즉 넓은 의미의 고객인 국민, 좁게는 정책과 관련한 이해 당사자가 그렇게 느끼기 때문이다. 실제로 IPTV에서 와이브로·DMB·종편에 이어 디지털 전환까지 지금까지 방통위가 내놓은 굵직한 정책은 시간이 흐를수록 나아지기는커녕 후유증만 더 심각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실패한 정책은 모두 방통위 책임일까. 모든 화살을 방통위로 돌리기는 석연치 않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시장이 변했다. 방송통신 분야는 이미 성숙기에 진입했다. 한 마디로 ‘제로섬’ 상황이다. 제로섬은 합해서 ‘영(0)’인 시장 혹은 경쟁을 일컫는다. 선거처럼 유권자수가 일정해 어느 누가 한 표를 얻으면 다른 누가 한 표를 잃는 시장이다. 수요가 제한적이고 시장은 정체했지만 여전히 수많은 경쟁자가 존재하고 이 때문에 긴장과 적대감이 하늘을 찌른다.

 방송 시장의 바로미터 광고를 보자. 2010년 8조4000억원대로 2002년 6조9000억원에 비하면 산술적인 시장 규모는 커졌다. 그러나 경제성장을 감안한 명목 GDP대비 광고비 점유율은 2002년 0.96%에서 2010년 0.72%로 떨어졌다. 수년째 0.7~0.8%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정체돼 있다.

 통신시장은 더욱 처절하다. 유무선 가입자가 전체 가구수와 인구 규모를 넘어 임계점에 달했다. 시장 포화다. 카카오톡·스카이프와 같은 무료 서비스가 나오면서 통신사업자 주요 수익원이었던 음성과 데이터 시장을 갉아먹고 있다. 덕분에 3개 사업자 시가총액은 지난 10년 동안 절반으로 추락했다. 같은 기간 국내 100대 기업 시가총액은 5배 이상 증가했다. 무한 경쟁 상황에서 오직 ‘생존’만이 절체절명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이런 시장에서는 어떤 정책을 내놔도 쉽게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 게다가 주요 고객은 여론과 미디어를 좌우하는 방송과 통신업계다. 자기 이해와 조금만 어긋나도 지나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한다. 방통위가 일년 열두달 시끄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시장이 변했다면 해법도 달라야 한다. 무엇보다 중심을 제대로 잡고 멀리 봐야 한다. 당장 눈앞에 어른거리는 기업만을 헤아리거나 땜질식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큰 시각에서 전체 산업을, 그것도 멀리 내다봐야 한다. 정책은 행정과 다르다. 정책은 실패할 수 있다. 그러나 실패해도 명분이 뚜렷해야 한다. 산업과 시장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대의가 뒷받침돼야 한다.


 강병준 정보통신팀 부장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