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해커그룹이 국가의 인터넷 검열 행위에 맞서 통신위성을 자체적으로 확보하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BBC 보도에 따르면 최근 베를린에서 열린 ‘카오스 커뮤니케이션 콩그레스’에서 닉 파(Nick Farr) 등 해커 행동주의자들은 우주 공간에 위성을 띄워 지상국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해커스페이스 글로벌 그리드‘ 프로젝트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향후 23년안에 아마추어 우주인을 달에 보낸다는 원대한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이번 계획이 소개된 ’카오스 커뮤니케이션 콩그레스‘는 10여년간 독일에서 활동해온 해커 그룹 ’카오스 컴퓨터 클럽‘ 주도하에 열렸다.
닉 파 등 해커 행동주의자들은 이런 원대한 계획을 세우게 된 이유는 정부의 인터넷 검열 에 맛서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최근 미국 의회가 추진 중인 `온라인 저작권 침해 금지법안(Stop Online Piracy Act, 약칭 SOPA)‘ 제정 움직임도 이 계획에 영향을 미쳤다. SOPA가 시행에 들어가면 인터넷의 수많은 콘텐츠들이 불법 유통으로 간주돼 통제를 받게 된다는 것. 닉 파는 ’해커 스페이스 글로벌 그리드‘ 추진 계획에 대해 “커뮤니케이션은 인간의 기본권”이라며 자신들의 주장을 옹호하고 있다.
이들 해커 그룹은 ‘해커스페이스 글로벌 그리드’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정부의 검열 행위를 우회해 우주와 지상국간에 직접적인 교신이 가능해져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이 보장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위성은 국가 방위나 대기업의 이해를 관철하기 위한 차원에서 발사됐다. 간혹 아마추어 위성 전문가들이 소형 위성을 쏘아 올리기는 했지만 자본력이 취약해 벽에 부딪히기 일쑤였다. 전문가들은 독일 해커 그룹이 추진 중인 우주계획도 결국 취약한 자본력을 극복하는게 성공의 관건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닉 파 등 해커 행동주의자 그룹은 ‘해컷페이스 글로벌 프로젝트’를 독일의 우주 연구 프로젝트 ‘콘스텔레이션(Constellation, http://aerospaceresearch.net/constellation)’과 협업해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콘스텔레이션’은 현재 오픈소스 기반으로 우주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커스페이스 글로벌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아민 바우어는 “개인들도 저렴한 비용으로 지상국을 확보할 수 있도록 분산 환경의 그리드망을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일종의 GPS 반대 개념을 위성 프로젝트에 적용할 계획이다. GPS 단말기가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위성에서 정보를 받는데 비해 이들은 역으로 정확하게 위치 파악이 된 지상국에서 위성의 움직임과 위치를 파악해 교신토록 하겠다는 것. 이들은 2012년 상반기중 프로토타입 형태의 지상국 3곳을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앞으로 100유로 정도면 위성 기지국(지상국)을 건설하거나 구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하지만 이 같은 해커 그룹의 계획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술적인 한계를 예상하고 있다. 저궤도에 위성을 띄울 경우 위성은 한 지점에 머무르지 않고 궤도상을 빠른 속도로 이동한다. 폭발하지않고 장기간 위성이 운용될 수 있을지 우려된다. 많은 위성을 띄운다고 해도 상당수가 폭발할 우려가 높은 것이다.
적도 상공의 정지궤도상에 위성을 띄울 경우에는 한 지점에 머물러 있지만 지상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신호의 지연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신호 지연으로 인터넷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법률적인 문제도 생길 수 있다. 우주 궤도상에 위성을 띄울 경우 국가의 영토 관할권을 벗어나는데, 특정 국가가 법적인 조치를 통해 위성의 운용을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이 같은 기술적, 법률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위성을 운용하는 게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이들 해커그룹은 오픈소스의 정신과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원대한 우주계획을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대외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워낙 대범한 계획이어서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