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순식간에 휴대폰으로 10만원이 넘는 돈이 결제되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올해 5살 어린 자녀가 A씨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다 유료 아이템을 결제한 것. 잠깐 한눈을 판 사이에 ‘터치’ 두 번 만으로 개당 5만5000원상당의 유료 아이템이 결제됐다.
“결제하시겠습니까?”와 “예, 아니오”만 나온 팝업창이 두 번 떴을 뿐, 인증번호나 본인정보를 입력하는 과정이 없었다. 터치 두 번에 휴대폰 요금에 합산, 소액결제로 처리됐다. 이동통신사에 환불을 요청했더니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며 개발사에 이용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발사 홈페이지로 어렵게 문의했더니 결제정보는 이동통신사가 가지고 있으며, 환불 불가만 반복했다. 게임에 소액결제 시스템이 포함돼 있다는 경고 메시지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최근 무료 스마트폰게임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인앱결제(IAP)’로 인한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인터넷에 각종 카페 및 블로그에는 유료 게임 아이템 결제로 인한 피해사례를 공유하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무료라고만 생각해 스마트폰을 어린 자녀에게 주었다 이용이 손쉬운 스마트폰의 특성상, 쉽게 유료 결제가 이뤄져버리는 것. 휴대폰 요금에 합산될 경우 별도의 결제수단 선택창이 제공되지 않아 별도의 공지나 인증창이 제공되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부분유료화 게임을 ‘무료게임’이라고 홍보하면서 결제창에서는 정보이용료 공지나 경고문구도 제대로 넣지 않는다”면서 “아이들도 이용할 수 있는 전체이용가 게임에 아이템 하나 가격이 5만원이 넘는 상황에서 결제 인증창 없이 환불 불가만 반복하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결제정보를 제공하는 이통사와 게임개발사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이통사는 게임을 살때 게임정보란에 공지했고, 휴대폰은 본인이 쓰기로 하고 계약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게임사들도 ‘무료게임’이라는 마케팅을 이용해 이용자들을 대거 확보했지만, 결제시스템은 이통사가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는 식의 대응이다. 5만원 상당의 고가 아이템도 이통사 가이드라인이나 게임법상 결제한도에서 벗어나지 않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결국 문제가 확산되자 이통사 및 개발사들도 대응에 나섰다. 키즈락이나 휴대폰 비밀번호 설정 등 사용자들의 주의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 일부 게임들도 고객 항의가 계속되자 경고문구를 확대하고 팝업창의 크기를 키우는 등 추가 조치를 취했다. 이통사들도 새해 1월부터는 인앱결제 시 비밀번호나 인증번호를 입력하는 시스템을 기본적으로 탑재하는 결제시스템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개발사에 이 같은 결제시스템을 제공해 선의의 피해자를 막겠다고 밝혔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