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폭증으로 인한 네트워크 과부하가 결국 현실로 나타났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의 4G 롱텀에볼루션(LTE)이 몇 시간 동안 불통되는 사건이 일어난 것. 버라이즌은 지난 8일에도 하루 동안 무선 인터넷이 끊기는 등 네트워크에 수차례 문제가 발생해 왔다.
주요 외신들에서는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데이터 폭증을 꼽고 있다. 로이터는 버라이즌이 LTE 서비스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결국 늘어나는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뿐만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일본 최대 이동통신사인 NTT도코모도 같은 날에 10만 명이 넘는 가입자의 이메일 서비스가 중단됐다. NTT도코모 사와다 히로시 이사는 "광케이블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한꺼번에 스마트폰 고객의 데이터가 폭증하면서 시스템이 문제가 발생했다"며 "스마트폰 증가에 맞게 설비를 늘렸지만 결과적으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 데이터 무제한은 이름만 남는다?
우리나라도 데이터 폭증으로 인한 피해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 8월 LG유플러스는 한꺼번에 몰린 데이터를 처리하지 못해 거의 하루동안 제대로 3G망을 운용하지 못했고 4월에는 KT가 강남 일대에서 통신장애를 겪었다. SK텔레콤도 국소에서 스마트폰이 제대로 통화가 되지 않는 등의 문제를 겪었다.
불안정한 네트워크망의 근본적인 원인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데이터 폭증이다. 물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망 투자와 기술 개발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지만 제한적인 주파수 자원과 일부 헤비 유저로 인한 과부하, 투자 여력 등으로 인해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업계에서는 한정된 자원인 주파수를 효율적으로 사용해 데이터 폭증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예컨대 이동통신망 품질보장(QoS, Quality of Service)을 통한 공정사용정책(Fair Use Policy)을 통한 부분 종량제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발표된 LTE 요금제에서는 데이터 무제한이 사라졌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QoS가 일정부분 적용되어 있다.
옵션으로 판매하는 `안심정액제`만 봐도 그렇다. 일선 대리점과 판매점에서는 데이터 무제한이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사실상 QoS를 반영한 요금제다. 안심정액제는 각 요금제마다 할당된 데이터를 모두 이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요금 폭탄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데이터 전송속도가 75Mbps에서 400Kbps로 급격히 떨어진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아직까지 데이터 무제한을 제공하기에 네트워크가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는 상황이다"라며 "데이터 무제한 이후의 요금제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지만 현실성 있는 데이터 용량을 제공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렇다. SK텔레콤은 LTE 요금제를 발표하면서 3G 이용자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인 1.1GB를 기준으로 요금제를 설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막상 LTE 이용자들의 데이터 이용 패턴을 살피니 이보다 500MB가 더 많은 1.6GB에 달했다. 앞으로 LTE가 더 많이 보급되면 데이터 사용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 부분 종량제나 속도·데이터량으로 요금제 구별
망 중립성과 공정사용정책이 적용된 데이터 요금제는 어떻게 바뀌게 될까? 해외에서는 데이터 무제한 폐지와 함께 부분 종량제, QoS 등이 적극 반영된 모양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요금제는 고객의 패턴 변화나 사회적 요구에 따라 달라진다. 데이터 폭증이 가중된 상태에서라면 현행 LTE 요금제처럼 부분 종량제가 도입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동통신사 입장에서 고객에게 어떻게 서비스를 제공해줄지가 고민이지 데이터를 적게 쓰게 하거나 특별한 제한을 걸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궁극적으로는 해외 이동통신사처럼 속도별로 차등 요금제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VoLTE를 전면 도입해 음성도 LTE에서 서비스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도 이 같은 내용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다른 SK텔레콤 관계자는 "VoLTE는 LTE가 무르익고 올IP 기반이 마무리되었을 때 언제가 도입하지 않겠냐"며 "LTE를 다수의 고객에게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한도형 요금제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전했다.
데이터 사용 패턴이나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통신요금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데이터 제공량이 조절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QoS를 통한 속도·데이터를 나눠놓은 형태가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예컨대 초고속인터넷 요금제가 `라이트`와 `프리미엄` 등 속도로 구별하는 것과 비슷한 형태다.
업계 관계자는 "모든 사용자가 LTE의 최대 속도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속도가 조금 느리더라도 통신요금이 저렴한 요금제를 선택할 고객도 있다"며 "데이터 무제한은 어떤 형태로든지 재조정될 것이며 이름은 그대로 유지되더라도 제공되는 형태는 예전과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수환 이버즈 기자 shulee@ebuz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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