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무제한 폐지론 솔솔, 망 중립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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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나라마다 상황이 조금씩 다르지만 데이터 무제한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유럽을 비롯해 일본,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 데이터 무제한은 찾아보기 어렵고 이동통신망 품질보장(QoS, Quality of Service)을 통한 공정사용 정책(Fair Use Policy)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현재 데이터 폭증으로 인한 이동통신망 과부하가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향후 2년 이내에 특단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큰 혼란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미국 리서치 업체인 닐슨컴퍼니가 미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6만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데이터 사용량은 급증하고 있지만 사용자들의 데이터 지출 비용은 오히려 저렴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분기에 1MB당 평균 14센트가 필요했지만 올해는 8센트에 불과하다. 데이터 불균형과 함께 이동통신사의 수익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뜻.

주파수 문제도 골치다. 지난 9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주관으로 서울에서 열린 제29차 한·중·일 이동통신 표준협력회의에서 전문가들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무선인터넷 발전 전망` 보고서를 인용해 "아·태 지역 무선인터넷 사용량 분석을 바탕으로 예측한 결과 매년 평균 15∼20%씩 증가해 오는 2016∼2018년 사이 주파수가 고갈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망 중립성 논의 이후에 데이터 무제한 사라질 듯

데이터 폭증이 일어나는 주요 원인은 스마트폰·태블릿과 같은 스마트 기기의 급속한 보급과 데이터 무제한을 악용한 일부 헤비 유저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데이터 무제한의 경우 주요 국가에서는 이미 폐지됐거나 부분 종량제로 바뀐 상태이며 데이터 무제한을 제공하는 요금제라고 하더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QoS를 통한 속도 제한이 엄격히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 T모바일이 지난 9월부터 편의점 체인인 세븐일레븐에서 판매하는 데이터 무제한 선불폰의 가격 자체는 월 50달러 수준으로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데이터는 100MB가 넘으면 자동으로 QoS가 적용된다. 웹서핑과 이메일 정도를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데이터 전송속도를 낮춘다.

우리나라는 아직 구체적으로 QoS를 적용하거나 데이터 무제한을 폐지하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구체적인 움직임이 이뤄지고 있다. 이달 5일 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열린 `망 중립성 정책 방향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표한 `망중립성가이드라인(안)`이 대표적이다.

해외의 경우 망 중립성과 관련된 법안이 통과됐거나 어느 정도 논의된 수준이며 합법적인 콘텐츠나 특정 애플리케이션 차단은 금지한 대신 이동통신사에 트래픽 관리 권한, 그러니까 QoS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 이동통신사와 콘텐츠 사업자들도 큰 틀에서의 망 중립성 원칙은 대체로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m-VoIP와 같은 인터넷 전화와 망 투자비용, 그리고 스마트TV와 관련된 내용은 아직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한 상태이지만 업계에서는 조만간 데이터 무제한을 대신할 새로운 요금제가 도입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 데이터 무제한 이름은 유지, QoS로 트래픽 관리할 듯

`망중립성가이드라인(안)`에서 눈여겨 볼 부분이 바로 QoS와 관련된 내용이다. 자세히 설명하면 망의 보안성 및 안정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경우, 일시적 과부하 등에 따른 망 혼잡으로부터 다수 이용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국가 기관의 법령에 따른 요청이 있거나 법 집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QoS를 적용하게 되어 있다.

이런 내용을 현행 데이터 무제한에 그대로 대입시키면 사실상 데이터 무제한은 이름만 유지하게 될 가능성이 무척 높다. 9월부터 서비스에 들어간 LTE 요금제만 봐도 그렇다. 이동통신사가 사실상 데이터 무제한을 폐지한 것이나 다름없지만 대리점과 판매점에서는 옵션인 `안심정액제` 등을 내세워 데이터 무제한이라며 요금제를 판매하고 있다.

안심정액제는 해당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을 넘어도 별도의 추가 요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준다. 언뜻 보면 데이터 요금 폭탄을 예방하는 옵션인 것처럼 보이지만 QoS를 통한 데이터 무제한이라고 봐야 한다. 안심정액제 구간부터는 데이터 전송속도가 최대 400Kbps를 넘지 못하기 때문에 유럽, 미국, 일본 등에서 이미 선행된 데이터 무제한 폐지 전철을 그대로 밟은 것이나 다름없다.

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사뿐 아니라 사용자 입장에서도 데이터 무제한은 좋던 싫던 폐지해야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상황에 다다른 것이 사실"이라며 "사용자에게 끼칠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데이터 무제한이라는 이름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QoS를 통한 트래픽 관리가 선행될 가능성이 무척 높다"고 귀띔했다.

남은 과제는 시기다. 일부 헤비 유저뿐 아니라 국가 전체의 급격한 트래픽 상승으로 인해 더 이상 데이터 무제한 폐지 논의를 미루기 어렵다. 망 중립성에 대한 이야기를 이제 막 시작한 단계이고 데이터 한계치까지 2년 정도 여유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내년 말 정도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먼저 데이터 무제한을 폐지하기를 바라지만 고객들의 반발뿐 아니라 클라우드, 와이파이, 와이브로 등을 통한 데이터 관리 여력이 남아있고 통신요금 인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굉장히 조심스러워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오히려 트래픽 한계까지 버틴다면 KT나 LG유플러스가 먼저 데이터 무제한을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수환 이버즈 기자 shulee@ebuz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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