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 최고경영자(CEO) 중 이 두 사람만큼 경쟁관계가 뚜렷하고 개성이 도드라지는 경우가 또 있을까.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과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CEO 못지않게 경쟁관계가 예사롭지 않은 두 사람, 바로 래리 엘리슨 오라클 CEO와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닷컴 CEO다.
◇격한 ‘말의 성찬’ 벌이는 두 CEO=두 사람은 요즘 부쩍 감정싸움이 잦아졌다. 엘리슨과 베니오프는 오라클 동료였다. 베니오프는 오라클에서 일하다 독립해 세일즈포스닷컴을 세웠고, 엘리슨은 세일즈포스닷컴에 투자했을 만큼 둘은 막역한 사이였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대립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감정싸움이 극에 달했다. 오라클 연중 최대 행사인 ‘오라클 오픈월드 콘퍼런스’에서 베니오프가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었는데 오라클이 예고도 없이 일정을 바꾼 것. 베니오프는 오라클이 자신의 기조연설을 취소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만천하에 알렸다.
공식적인 해명이 있진 않았지만 베니오프가 오라클의 제품과 기술을 비판해 온 것이 배경이 됐을 것으로 외신들은 풀이했다. 자존심이 하늘같은 엘리슨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것이다.
베니오프는 그 후 오라클의 ‘퍼블릭 클라우드’를 비판하면서 “가짜 클라우드를 조심하라”고 일갈했다. 그러자 엘리슨도 응수했다. 지난 10월 오라클월드 연설에서 세일즈포스닷컴의 대표 제품을 “바퀴벌레가 나오는 클라우드 모델”이라며 “체크인은 되고 체크아웃은 안 되는 이것이 바로 가짜 클라우드”라고 비꼬았다. 당분간 두 사람 사이가 좋아지긴 힘들어 보인다.
◇SW시장 변화 따른 필연적 대결=엘리슨과 베니오프가 벌이는 과도한 감정싸움은 두 사람의 성격 탓이기도 하지만, 독립 운용체계(OS) 기반의 기존 컴퓨팅과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플랫폼이 경쟁하는 구도 속에서 빚어진 필연적 대결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데이터베이스(DB) 소프트웨어(SW) 등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기반의 오라클과 클라우드 기반 온라인 고객관계관리(CRM) SW기업인 세일즈포스닷컴은 경쟁자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이를 바탕으로 한 ‘서비스로서 소프트웨어(SaaS)’ 시장이 성장하면서 오라클과 세일즈포스닷컴은 물러설 수 없는 경쟁관계가 됐다.
두 회사의 사업 규모는 아직 큰 차이를 보이고 있고, 오라클도 컴퓨팅 시장을 바꿀 새로운 물결인 클라우드 컴퓨팅에 발을 담갔다. 두 기업의 향후 변화와 경쟁의 심화 과정은 기업용 SW 분야에서 결코 눈을 뗄 수 없는 주목거리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CEO vs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닷컴 CEO
자료:포천·위키피디아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