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기업이 겪는 어려움 중 첫 손에 꼽히는 것이 자금문제다.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기에는 담보나 신용이 부족하다. 정책 금융기관의 지원을 받고 싶어도 기술이나 상품이 완성되지 않은 초기 기업에겐 그림의 떡이다. 이런 스타트업 기업의 숨통을 틔워주는 것이 엔젤투자다.
하지만 국내 엔젤투자 시장은 사실상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창업이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엔젤투자 부족을 꼽는다.
이민화 KAIST 교수는 “미국 벤처투자 현황을 보면 벤처캐피털 투자액과 엔젤투자자의 투자액이 비슷한 수준인데 반해, 한국은 전체 벤처투자에서 엔젤투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3%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00년 5493억원이었던 엔젤투자 규모는 2009년에는 346억원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올해는 엔젤투자 시장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민간 모두 엔젤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중소기업청은 엔젤투자자와 일대일 매칭으로 투자하는 ‘청년창업 엔젤투자펀드’를 1600억원 규모로 조성했다. 이와 별도로 청년전용 창업자금을 1300억원 규모로 신설했다. 청년전용 창업자금은 중소기업진흥공단이 500억원, 민간이 800억원을 운용한다. 이중 중진공이 운영하는 자금은 청년 창업자가 실패하더라도 평가를 통해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보여주면 채무를 조정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민간은 엔젤투자지원센터를 중심으로 한 활동이 주목된다.
센터는 중기청과 함께 조성한 엔젤투자펀드를 운용하는 역할을 맡는다. 투자뿐만 아니라 엔젤투자자 및 투자대상기업 발굴, 엔젤투자자들의 모임인 엔젤클럽 결성 지원, 투자정보망 운영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엔젤투자자들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도 진행한다.
특히 위축된 엔젤투자 분위기를 되살리기 위해 성공한 벤처 CEO들을 엔젤투자자로 유도하는데 힘쓸 예정이다. 센터 개소와 함께 이미 5개의 엔젤클럽이 결성식을 가졌다.
엔젤투자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도 추진된다.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엔젤투자에 대한 소득공제 비율을 현행 투자금액의 10%에서 30%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엔젤투자 소득공제 비율은 과거 30%에서 꾸준히 감소해 10%가 됐으며, 이에 비례해 국내 엔젤투자 역시 대폭 감소했다. 큰 위험이 따르는 엔젤투자임에도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없으니 안정적인 투자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법안은 또 투자대상을 창업 후 3년 미만 기업까지 확대하고, 양도세 비과세 기준이 되는 투자금 의무보유기간도 5년에서 3년으로 줄이는 내용도 담았다. 업계는 이 법안이 엔젤투자가 다시 활발해지는 계기가 되고, 청년 창업 활성화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