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기술이 없다는 이유로 1년 동안 얼마만큼의 국부가 해외로 유출되는지 잘 모르실 겁니다. 데이터베이스(DB) 시장만 하더라도 매년 1조원이 외국 업체로 흘러갑니다. 원천기술 확보와 기술기업 육성이 시급한 이유입니다.”
최백준 틸론 대표이사는 원천기술 확보가 기업과 국가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이제 모두가 깨달아야 한다며, 그렇지 못한 국내 상황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물론 국내에도 틸론을 비롯해 원천기술을 확보한 몇몇 업체들이 있지만 그 수나 규모 면에서 외국 기업에 턱없이 뒤처진다는 설명이다.
최근 발표된 글로벌 기업 시가총액 조사자료에 따르면 가상화 소프트웨어 업체 VM웨어가 시가총액 42조1000여억원으로 세계 873개 기술기업 중 23위를 기록했다. 모회사인 EMC(22위)를 바짝 뒤쫓고 있으며 글로벌 컨설팅 업체 액센츄어(24위)를 앞질렀다. 30위인 하드웨어 업체 델보다는 10조원가량 앞선다.
최 대표는 국내에 이런 원천기술을 확보한 기업이 전무한 이유에 대해 “기술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력과 투자, 기술 3가지가 조화를 이루며 발전해야 한다”며 “국내 IT업계 종사자들은 인력이나 응용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기업과 정부의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게 문제”라고 밝혔다.
소유 사옥이 없는 소규모 소프트웨어 회사는 은행권 융자도 제대로 받기 힘든 게 현실이라는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정보화 사업 입찰도 대부분 벤치마크테스트(BMT) 없이 진행되고 있다. 한마디로 원천기술을 개발·확보하기 위한 모든 통로가 다 막혀있다는 얘기다.
“관공서에서 제안요청서(RFP)를 공지할 때 이미 솔루션의 스펙을 못박아둡니다. 대놓고 해당 외산업체 이름을 적지는 않지만 누가 봐도 그 업체 솔루션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공공기관에서조차 국내 기술 벤처들을 외면하는 게 현실입니다.”
그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실패를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열정을 가진 젊은 인력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을 중심으로 팀을 만들고 창업할 수 있도록 체계적 지원이 이어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나름 자리를 잡은 국내 몇몇 원천기술 업체도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며 결국은 국가와 기업의 관심과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최 대표는 주장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