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에 이어 MBC가 독자 미디어렙을 설립, 직접 광고영업에 나선다.
국회에서 방송광고공사(미디어렙) 법안이 공전하고 있는 사이 미디어 광고시장이 무한 경쟁 체제로 들어섰다. 종합편성채널과 MBC·SBS 등 방송사가 모두 직접 영업에 나선 셈이어서 광고 쟁탈전을 계기로 미디어 빅뱅이 현실화됐다.
MBC(대표 김재철)는 26일 ‘MBC미디어렙(가칭)’ 설립을 전격 발표했다. 이사회 의결, 최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의결을 거치면 MBC 미디어렙이 세워지게 된다. 이에 앞서 SBS는 새해 1월부터 독자 미디어렙을 통한 직접 영업을 선언한 바 있다.
MBC 관계자는 “여야가 MBC를 공영 미디어렙에 포함시키는 여부를 두고 논의를 하고 있지만 민영 미디어렙을 통해 독자적으로 광고 영업을 해야 한다는 게 MBC 입장”이라고 밝혔다.
MBC 측은 국회에서 MBC를 공영미디어렙에 포함시키는 쪽으로 법안이 가결되더라도 이는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MBC 측은 “수신료를 받지 않는 문화방송을 공영 미디어렙에 편입시킬 경우 민영·종편 틈바구니에서 사실상 문화방송을 고사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공영방송으로서 역할을 하는데도 더 큰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근거를 설명했다.
MBC는 구조상으로는 방송문화진흥법에 근거를 둔 방문진이 최대주주로 있는 공영방송이다. 하지만 수익은 광고에 기대고 있는 구조였다. MBC의 정체성에 대해 국회·정부 등 어떤 곳에서도 명확한 해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사이 MBC가 자체적으로 민영방송화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지상파방송사의 연이은 미디어렙 설립으로 방송광고 시장은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 체제 내의 KBS, SBS·MBC 각각 미디어렙, 종합편성채널(종편) 각사 미디어렙 등 하나의 공영 미디어렙과 다수의 민영 미디어렙 체제로 나아가게 됐다.
결과적으로 국회에서 미디어렙 법안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한나라당이 초기의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여당이 주장해 오던 ‘1공영다민영’ ‘MBC와 종편 직접영업’이 현실화 됐다.
미디어 업계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부와 국회가 사실상 방송사들의 직접 영업을 용인해준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앞으로 방송사의 직접 영업으로 방송사와 방송사, 방송사와 신문사간 광고시장을 놓고 출혈경쟁을 넘어 생존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우려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