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태양광 사업영역 전면 재검토에 착수했다. 유럽경기 침체가 진행형이고 공급과잉에 따른 태양광 시장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대표 박상진)는 결정질 태양전지 사업보다 박막 사업이 유망하다고 판단, 내년 태양광 사업 경영방향을 박막태양전지에 집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삼성SDI는 최근 태양전지 사업을 이끄는 광에너지사업부장 자리에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사업부 P4제조팀장인 윤여창 전무를 전진 배치했다. PDP와 박막태양전지가 기판·증착방식 등 기술적으로 유사한 부분이 많다는 점이 이유로 작용했다. 태양광사업을 진두지휘해 온 최창식 부사장은 자문역으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SDI 고위 관계자는 “최근 울산공장의 PDP 제조팀장이 태양광사업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며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PDP와 박막태양전지 생산라인이 비슷한 성격을 띠고 있어 기술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전략적 배치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SDI가 박막태양전지에 집중하기로 한 것은 중국 업체의 선점으로 공급과잉을 겪고 있는 결정질 시장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활용도가 높다고 평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결정질 태양전지에 비해 광변환 효율은 높지 않지만 기술 진입시기가 상대적으로 짧고 폴리실리콘 수급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워 제조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PDP와 기술적으로 유사해 삼성전자와 협력, 양산체제를 구축하기에 유리하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삼성전자로부터 태양전지 사업을 이관 받은 후 삼성SDI는 결정질과 박막을 놓고 고민을 거듭해왔다. 2015년 총 3GW 규모 태양전지 설비용량을 달성한다고 발표했을 뿐, 어느 부문에 역량을 집중할 지는 밝힌 바 없다.
하지만 삼성SDI가 진행하는 지식경제부 R&D 전략기획단 과제에 2015년까지 구리·인듐·갈륨·셀레늄(CIGS) 박막태양전지 설비용량 1.2GW를 달성한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박막에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SDI의 CIGS 기술은 선진국 수준과 이미 비슷하거나 거의 도달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박상진 삼성SDI 사장은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기술적인 면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 투자할 계획이다. 이런 면에서 박막태양전지가 더 장래성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 퍼스트솔라나 일본 솔라프런티어 외에는 세계 박막태양전지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업체가 아직 없다는 것도 결정의 이유로 예측된다.
삼성SDI가 박막태양전지로 사업방향을 정하면 국내 시장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현대아반시스·LG이노텍 등이 이미 CIGS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만큼 대기업 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태양전지 업계 관계자는 “아직도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에 대한 여지가 남아 있어 결정질 태양전지가 갖고 있는 핸디캡은 어느 정도 상쇄되는 분위기”라며 “하지만 태양전지 시장이 결정질에서 박막으로 옮겨가는 추세는 분명한 만큼 삼성SDI의 향후 사업방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석·유선일기자 d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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