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엘피다가 대만 난야와 합병을 전제로 협상을 추진한다. 일본의 기술과 대만의 생산능력을 더해 시너지 효과를 내려는 시도다. 한국에 밀려 D램 업계에서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는 일본과 대만이 내놓은 마지막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니혼게이자이는 엘피다와 난야가 자본 및 업무 제휴 협상을 시작한다고 22일 보도했다. 양사는 새해부터 본격적인 제휴 청사진을 그릴 방침이다. 지주 회사를 만들고 양사가 그 아래에 들어가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양사의 제휴는 엘피다가 자사 기술력을 난야에 이전하고 상대적으로 생산비용이 적은 대만에서 D램을 만드는 구도다. 엘피다는 20나노 제조 공정이나 저전력 설계 등 D램 제조 기술에서 세계적 수준에 올라 있다.
양사는 일본과 대만의 대표적 D램 업체다. 세계 D램 업계에서 엘피다는 3위, 난야는 5위다.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양사 시장점유율을 더하면 15.7%다. 1위 삼성전자의 45%와는 격차가 크지만 2위 하이닉스의 21.5%와는 큰 차이가 없다. 4위는 12.1%의 미국 마이크론이다.
D램 업계는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모두 적자다. 이유는 바닥이 없는 가격 하락 때문이다. 최근 1기가비트 DDR3 D램 가격은 0.6달러 이하다. 올해 3월 가격에서 반토막 난 셈이다. 2010년 4월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양사의 합병 추진은 누적된 적자에서 벗어나기 위한 마지막 결정으로 보인다. 엘피다는 2008년 리먼 쇼크 이후 실적이 급속히 악화됐다. 2004년 설립 이후 누적 적자는 2조원이 넘는다. 올해 상반기(4∼9월) 적자는 8400억원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D램 산업은 대규모 투자를 신속히 결정해야 하는데 엘피다는 유동성 위기다. 이 회사 현금 보유액은 1조5000억원을 밑돈다. 삼성전자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금융권과 정부에서도 많은 지원을 받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격이다. 당장 내년 4월에 1조1400억원을 갚아야 한다.
난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10년 매출은 2조1830억원이지만 수익은 5770억원의 적자다. 올해 3분기까지 7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마이크론과 자본 및 기술 제휴 관계다. 엘피다와 합병하려면 마이크론과의 관계도 청산해야 한다.
세계 D램 시장 현황(단위:%)
자료:IHS아이서플라이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