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김정일의 뜻밖의 사망으로 아직 후계 구도의 완성을 이루지 못한 김정은 정권이 빠른 속도로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는 시나리오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속단하기에는 성급하다. 대신 북한 변화에 대한 또 하나의 시나리오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김정은 정권의 단기적(1~3년) 안정과 중장기적(5~10년) 급변사태’라는 시나리오다.
김정일 사망은 51시간 30분이 지난 후 세계에 알려졌다. 그리고 짧지만 가장 중요한 바로 ‘그’ 시간에 북한에서는 많은 사람이 우려한 것과 같은 급변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는 김정은이 북한 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8부 능선을 넘었다는 것을 뜻한다. 군 강경파의 충성 확인, 반 김정은 세력에 대한 기습적인 제압과 주변 국가들에 대한 대응전략 준비가 완료되었다는 것이다. 만약 단기적으로 한 번의 위기를 꼽자면 김정일 장례식이 끝나는 28일 전후일 가능성이 크다. 이 상황까지 큰 무리 없이 넘기게 되면 단기적으로는 김정은 권력 장악은 거의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북한 방송과 중국, 미국이 차례로 김정은 후계 승계에 직접적이고 묵시적인 인정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북한의 권력 특성상 1994년 김일성 사망 직후에도 김정일 정부의 안정적 권력승계와 장악에 의혹을 품는 전망이 우세했음에도 김정일이 17년을 장기 집권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앞으로 김정은과 북한 정권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김정은은 앞으로 3년 상을 지낼 것이고, 3년 상을 지내면서 김정일의 ‘유훈통치’를 실시할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 ‘유훈통치’는 3단계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정일 사망 후 1년은 ‘김정일’의 ‘영생’이라는 것을 빌미로 통치의 명분을 만들 것이고 2년째 되는 해부터는 ‘혁명정신의 계승’을 통치의 명분으로 삼을 것이고, 3년째 되는 해부터는 ‘개혁 개방과 같은 유화적 통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은 김정일 장례가 끝난 후, 국가 주석직 보다는 총비서직에 추대될 가능성이 크며 실제적으로 북한 군부와 정치를 장악한 고모부 장성택을 전면에 내세워 자신의 기반 안정을 확고히 하는 전략을 구사하면서 군부의 안정, 주체사상의 재강조, 신군부세력의 충성심 확인, 중국와 미국 등의 외부로의 지원에 중점을 둘 것이다. 그리고 간간이 군부 내의 강경세력 지지를 유지하기 위해 미국과 중국의 비위를 크게 상하게 하지 않는 범위에서 미사일 발사나 혹은 국지적 도발을 할 가능성도 크다.
김정은 정권이 1~3년 내 단기간에 급격하게 무너지려면 몇 가지 조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군부의 반란, 내부 국민의 반란, 주변 국가의 외면이다. 그리고 이 세가지 조건은 한 번에 발생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북한은 중동의 민주화 운동이 전 국민의 정치적 소요로 크게 확장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 임계점을 넘지 못한 상황이다. 국민의 불만이 거국적인 정치적 소요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생생한 정보들을 순식간에 전달 할 수 있는 휴대폰과 같은 통신 디바이스(Device) 수량, 마을 단위에서 일어나는 국민 소요를 전국적으로 확장시킬 수 있는 네트워크 연결도, 정치적 소요가 표출 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지 않다.
즉 이 세가지 조건이 시너지를 일으킬 정도의 수준에 올라오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주변 국가가 북한의 급변 사태를 인정할 만한 명분도 아직은 부족하다. 중국과 미국의 동북아 기본 전략은 특정 체제의 전복이 아니라 전략적 균형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김정은을 대항하는 일부의 군부세력이 쿠데타를 일으키거나 현재 김정은의 가장 강력한 후견인인 장성택 반란의 가능성이다. 하지만, 이것도 아직은 낮다.
이런 이유로 김정은 정권의 진정한 위기 발발은 중장기적으로 전망해야 한다. 예를 들어 김정은이 당분간은 장성택의 수렴청정 뒤에 숨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전략이라고 판단 한다면 대략 30대 중반정도가 되는 시점에서 본격적인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위기의 진원지는 김정은과 장성택을 비롯한 일가친척은 자신의 장기적 정권안정을 위한 최후 투쟁의 시작이다. 또 하나의 변수는 3~5년이 지난 후 경제적 고통에 따른 국민의 불만이 거국적인 정치적 소요로 확장되기 위해 필요한 세가지 조건의 성숙도다. 이 두가지가 중장기적인 시점에서 북한의 향후 미래를 좌우할 두가지의 중요한 불확실성이다. 그리고 이런 와중에 예전 황장엽과 같은 수준의 거물급 인사가 북한을 탈출할 가능성도 있다.
최윤식 미래학자,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장 ysfuture@gmail.com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