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중산층은 한국, 중년 중산층은 일본’
동남아시아 백색가전 시장의 소비자 선호도를 단적으로 정리한 말이다. 니혼게이자이는 20일 매년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동남아 시장을 현지 취재해 한일 양국의 백색가전 경쟁력과 향후 전망을 보도했다.
한국과 일본은 세계 전자제품 시장에서 한 치의 양보 없는 전쟁을 치른다. 동남아는 과거 일본의 독무대였지만 이제는 판세가 다르다. 이미 TV와 휴대폰은 한국 제품이 석권했다. 백색가전도 변화가 뚜렷하다.
니혼게이자이는 동남아 지역 유통 업체를 찾아 변화의 실체를 살펴봤다. 먼저 눈에 띈 대목은 세대별 선호 브랜드의 차이다.
태국 최대 가전 양판점 ‘파워바이’의 사완팁 아모챗 마케팅 부장은 “40대 이후 중년층은 품질과 애프터서비스가 좋다고 여겨지는 일본 제품을 찾지만 젊은 중산층은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한 한국 제품을 찾는다”고 밝혔다.
아모챗 부장은 한일 백색가전의 명확한 차별성을 ‘현지화’라고 꼽았다. 그는 “일본 기업은 미국이나 유럽 기업과 마찬가지로 고유한 스타일을 소비자에게 심어준다”며 “반면 한국 기업은 현지 소비자의 목소리를 듣고 그에 맞는 제품을 공급한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대표적 사례로 LG전자의 현지화 전략을 소개했다. LG전자는 동남아 시장에 꽃무늬가 인쇄된 대형 냉장고를 출시했다. 단색 대세인 냉장고 시장에 꽃무늬는 파격이다. 화려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이 지역 소비자의 기호를 읽은 결정이다.
LG전자는 투명 덮개 드럼 세탁기로도 시장에 선풍을 일으켰다. 덮개를 열어놓고 빨래하는 소비자의 습관을 파악해 드럼 세탁기에 적용했다. 덕분에 LG전자의 세탁기 점유율은 5%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동남아 각국에 유통 체인을 갖고 있는 테스코는 한국 브랜드의 비약적 성장을 높이 평가했다. 테스코 관계자는 “최근 15년 동안 동남아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이 눈에 띄게 변했고, 한국 브랜드가 일본과 같은 수준으로 올라섰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동남아를 휩쓸고 있는 한류 덕분에 젊은이들은 한국 휴대폰에 열광한다”며 “곧 그 기세가 백색가전 시장까지 밀려올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니혼게이자이는 이미 일본의 독점적 브랜드 파워는 실종됐다고 진단했다. 구매력이 높고 향후 시장을 주도할 젊은이들이 한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현실을 우려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휴대폰은 이미 한국이 일본을 크게 따돌렸다. 최근 일본 전자업계는 아시아 신흥 시장을 겨냥한 백색가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쇠락한 전자 왕국 일본의 그림자가 동남아 백색가전 시장에도 드리워진다.
태국 테스코로터스 인기 백색가전 순위
자료:니혼게이자이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