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롱텀에벌루션(LTE) 전국망 벤더를 선정하고도 발표 및 구체적인 망 구축 계획을 못 내놔 관련업계가 난감한 지경에 빠졌다. 정부 당국이 섣부른 결정을 내려 시장 축소로 어려움을 겪는 통신장비 업계에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19일 통신장비 업계와 KT에 따르면 KT는 지난 11월 LTE 전국망 장비공급사 선정을 내부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공급업체로는 삼성전자, 엘지에릭슨, 노키아지멘스네트웍스코리아 3사가 선정됐다. 하지만 KT는 공식발표는 물론이고 이들과 세부계획도 공유할 수 없게 됐다.
KT는 당초 2012년까지 전국 82개 시에 LTE망을 설치하고 2014년까지 약 1조67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최근에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 경쟁사가 전국망 구축 앞당기기에 열을 올리고 있어 원래 안보다 이른 시기에 LTE 전국망 구축완료 방침을 세웠다.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2G 종료를 승인받은 KT는 지난 8일 LTE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벤더 선정 및 망구축 계획을 공식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법원이 2G종료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며 모든 사업이 일시 중지됐다.
KT 관계자는 “간담회에서 ‘물리적인 설치를 빠르게 진행하는 데 자신 있다’는 내용으로 전국망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무산됐다”며 “현재는 2G종료에 모든 포커싱을 맞추는 상태”라고 말했다.
공급사, 그리고 이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국내 중소장비 업체는 혼란에 빠졌다. 당장 새해 사업계획을 잡는 데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KT는 LTE 일정을 중단하며 선정업체와 일절 계획을 공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G종료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센 만큼 섣불리 사업을 진행했다간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미 구축이 끝난 서울 도심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의 배분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각 업체마다 사업규모를 예측하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장비업체 관계자는 “규모나 구축 지역배정 등 대강의 계획도 (KT로부터) 내려오지 않는 상황”이라며 “자칫 법원이나 여론을 무시한다는 비난에 휩싸일 수 있어서 문을 완전히 닫아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선정업체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국내 중소 통신장비업체 한 사장은 “최대 수요처인 KT가 사업을 멈추면서 우리도 새해 물량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사업 전개보다는 그냥 사태 추이만 바라보고 있는 지경”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