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얼 통신 분야는 결코 사양산업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동안 시리얼 통신기기를 별로 사용하지 않던 산업계를 중심으로 시리얼 통신기기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은행권의 텔러 단말기, 버스 내 정보시스템, 엘리베이터 안내시스템, 주차관제시스템, 스크린골프 등에 시리얼 통신기기가 폭넓게 쓰이고 있습니다.”
시리얼 통신기기 전문업체 시스템베이스 김명현 대표는 시리얼 통신기기 시장이 여전히 유망하다며 내년에는 국내는 물론이고 글로벌 시장에 보다 공격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몇 년 전부터 대만과 유럽에 각각 지사와 에이전트를 둬 글로벌 시장을 공략 중인데, 앞으로 수출지역을 중국, 인도, 러시아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남미도 중요한 공략 지역 중 하나다. 김 대표는 최근 구로구청의 남미시장 개척단에 참여해 수출 가능성을 타진했다. 현재 브라질 업체와 제휴해 ‘디바이스 서버(시리얼 장비를 유무선 LAN이나 전력선을 통해 연결해 주는 장비)’ 제품 공급을 추진 중이다.
시스템베이스의 글로벌 시장 공략 방안은 독특하다. 단순히 시리얼 통신기기나 디바이스 서버를 완성품 형태로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제조업체를 물색해 기술과 부품을 제공하고 현지 생산하도록 유도한다. 매출은 현지 제조업체들에 임베디드 모듈인 ‘에디’ 등 부품을 공급해 발생시킨다. 김 대표는 “아직 수출 비중이 15~20%선에 불과하지만 신규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선다면 해외 매출 비중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시스템베이스는 사업 다각화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단순히 디바이스만을 제공하던 것에서 탈피해 고객이 필요로 하는 장비를 토털 솔루션 형태로 제공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시리얼 통신 분야 노하우를 기반으로 개발 용역사업에도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전략으로 내년에는 올해(100억원)보다 20% 이상 증가한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시스템베이스는 올해 날개가 네 개 달린 비행체인 ‘쿼드콥터’를 건국대와 공동으로 개발했다. 이 제품에는 임베디드 모듈인 ‘에디’가 탑재돼 있다. 김 대표는 “몇 년 전부터 임베디드 시스템 경진대회를 열고 있는데, 올해엔 지능형 쿼드콥터 부문을 신설해 학생들이 임베디드 시스템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쿼드콥터’ 사업이 당장 매출에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학생들에게 임베디드 시스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직원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CEO다. 5년 전부터 직원들과 함께 ‘카약’을 즐긴다. 한강과 섬진강 뿌리찾기라는 사내 이벤트를 통해 ‘카약’으로 우리 강의 뿌리를 찾아다니고 있다. 경영학의 거두인 피터 드러커 독서 모임도 만들어 팀장들과 함께 경영철학에 대해 토론하기도 한다. 일종의 경영 뿌리찾기다. 올해 지성계에 큰 바람을 몰고 온 마이클 샌들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직원들과 ‘정의’의 문제에 관해서도 고민하고 토론한다.
김 대표는 ‘기업은 기업 이상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오랜 경험에서 터득한 경영 철학이 몸에 밴듯하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