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폭증으로 인한 이동통신사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은 와이브로를 비롯해 4G 롱텀에볼루션(LTE)으로 가입자를 유도하고 있고 와이파이를 통해 네트워크 보조 역할을 감당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데이터 처리 용량에 한계가 오는 것은 분명하다.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2∼3년 사이에 이동통신사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수준의 데이터 트래픽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전문 연구소인 벨연구소는 이동통신 시장은 당장 2012년 말 투자비가 수익을 앞지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이 이동통신망을 통해 돈을 벌어도 계속 적자를 보는 상황이라는 의미다.
■ 데이터 폭증, 업계·사용자 모두 공감
지난 10월 열린 정보통신정책학회의 `스마트 시대의 상생협력적 네트워크 이용 국제 심포지엄`에서는 데이터 폭증 해결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돼 눈길을 끌었다. 망 중립성 규제 정책을 최소화하고 합리적인 망 이용에 관한 기준이 핵심 골자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대해 콘텐츠 사업자와 스마트 기기 제조사들은 보다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실제로 12월 방송통신위원회 주체로 열린 `망 중립성 정책방향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NHN 한종호 이사는 "망 중립성의 원칙과 망부하 문제는 별개의 사안으로 분리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구글코리아 정재훈 변호사도 "망을 사용하는 행위에 대해 통제하지 않는 것이 인터넷의 논리"라며 "인터넷의 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망 중립성 논의에서 한쪽 편을 들어줄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의 기본 원칙, 그러니까 개방성이 이동통신사들의 망 중립성 논리에 휘둘려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인 셈이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이미 망 중립성에 기반한 합리적 제도적 보완책이 마련되고 있다. 콘텐츠 사업자와 스마트 기기 제조사들도 이동통신망 데이터 폭증을 해결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입장은 이동통신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얼마나, 어떻게 망을 통제하느냐`이다.
세계적인 추세는 데이터 무제한을 보완하고 일부 헤비 유저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동통신망 품질보장(QoS, Quality of Service)을 통해 누구나 공평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른바 공정사용 정책(Fair Use Policy)을 전면에 내세운 것.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이상규 교수는 칼럼을 통해 "미국·유럽 등에서도 트래픽 관리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으며 강제적인 망제어보다 공정사용 정책을 기반으로 총량제, 부분정액제 등 다양한 사용량 기반 요금제를 출시해 이용자 스스로 사용량을 합리적으로 조절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속도에 따른 공정사용정책 요금제 적용될 것
실제로 미국에서 아이폰을 공급한 2위 이동통신사 AT&T는 이미 작년에 데이터 무제한을 없애고 QoS를 통해 데이터 과금을 진행하고 있다. 1위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도 버티다 못해 지난 7월부터 데이터 무제한을 폐지하고 매달 30달러(2GB), 50달러(5GB), 80달러(10GB) 요금제를 신설하고 10GB 이상 데이터를 사용하면 1GB당 10달러를 추가로 내는 정책을 도입했다.
유럽 이동통신 시장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영국은 가장 먼저 데이터 무제한을 폐지했다. T모바일은 지난 1월부터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모든 데이터 사용량을 500MB로 제한했고 보다폰과 O2도 기본요금의 경우 데이터 이용 한도를 500MB로 설정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공정사용 정책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개념의 요금제가 도입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도 일부 헤비 유저로 인한 데이터 폭증 문제를 공감하고 있다. 일반 사용자 기준의 합리적인 데이터 용량을 기본으로 주고 이를 초과하는 경우에 추가 과금을 한다면 큰 반발은 없을 것"이라며 "과도한 마케팅으로 인한 소비자 반감이 문제인데 프로모션 요금제와 QoS를 통한 데이터 이용을 제공한다면 충분히 납득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동통신사 고위 관계자는 "3G이건 4G LTE이던 각 이동통신망이 제공하는 최대 속도를 제공했으며 해외처럼 이동통신망 속도와 데이터 제공량에 따른 요금제 구별은 하지 않았다"며 "한정된 자원인 전파를 누구나 합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속도에 따른 새로운 요금제가 선보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수환 이버즈 기자 shulee@ebuz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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