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이동통신사업자 선정이 결국 신기루로 끝나면서 만만치 않은 후폭풍을 예고했다. 당장 사업권 실패를 놓고 책임 공방이 불붙을 조짐이다. 와이브로는 원천기술을 가졌지만 존폐 기로에 놓이고 신규 사업자를 통한 요금 감면은 ‘정책 공수표’로 끝나면서 통신정책도 전면 재검토가 불기피하다. 무엇보다 고착화된 통신 시장은 신규 투자 기회를 상실하면서 더욱 꽁꽁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사업권 실패에 따른 책임을 놓고 컨소시엄 업체 간 갈등이 예상된다. 인터넷스페이스타임(IST) 컨소시엄에 참여한 1800여개 중소기업은 막판 현대그룹의 ‘갈지자’ 행보에 이은 최종 불참을 사업자 선정 탈락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업체 관계자는 “중기중앙회가 앞장서고 현대그룹이 이를 지원하면서 IST측은 사업권 확보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며 “그러나 막판에 현대가 무책임하게 이탈하면서 재무 건전성 면에서 최악의 점수를 받아 떨어졌다”고 비난했다. 이어 심사에 임박해 투자를 번복한 현대 측은 투자기회 손실보상 등에 대해 법적,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컨소시엄을 이끌었던 책임자들도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IST의 양승택 전 정통부 장관은 현대그룹 이탈 등 일련의 파행적 행보가 결국 이해관계에 따른 경영권 분쟁으로 알려지면서 곤혹스러운 상황에 내몰렸다. 한국모바일인터넷(KMI)의 책임자들도 사업권 도전에 연이어 실패하면서 준비 부족과 경영능력 부재 등으로 진행과정에 문제가 많았다는 안팎의 비난이 쏟아질 전망이다.
정부 통신정책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잇따른 심사 탈락으로 제4이통사업자는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아 의욕적으로 추진한 요금감면 정책도 한쪽 날개를 잃어버린 상황에 처했다. 무엇보다 우리 기술로 개발해 세계 시장에 진출한 와이브로가 존폐 기로에 섰다는 게 대체적인 방통위 안팎의 평가다.
방통위는 이미 4이통 대신에 MVNO를 활성화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았다. 김충식 방통위 상임위원은 “와이브로를 접을지, 말지 원천적인 육성방안을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용섭 위원도 “투자에 기여할 수 있는 와이브로를 활성화 못해 아쉽다”면서 “MVNO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시중 위원장 역시 “와이브로 활성화 방법은 추후에 논의하고, 지금은 통신 시장 활성화를 위해 MVNO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MVNO로 와이브로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지는 않겠지만 활성화 정책에 힘이 빠지면서 국내업체가 힘들게 확보한 원천기술인 와이브로가 사장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산업계에서는 사업자 선정과 별개로 와이브로 기술 자체에는 여전히 아쉬움을 버리지 못했다. 원천기술이 세계로 나가기 위해서는 국내 시장 활성화가 기본 전제이고 4이통과 같은 신규사업자이건 아니면 다른 차원의 활성화 정책이건 후속 대책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만약 와이브로 활성화를 위해 새로운 사업자가 필요하다면 백지 상태에서 다시 새판을 짜야 할 것”이라며 “이와 별도로 힘들게 원천기술을 확보해 세계 시장에 진출한 와이브로 기술이 다시 빛을 볼 수 있게 후속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방통위는 ‘기간통신사업(와이브로)’ 심사 결과 KMI가 65.790점, IST는 63.925점을 획득해 모두 총점 70점(100점 만점) 기준을 맞추지 못해 탈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