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 과학기술 관련 단체가 12일 ‘대한민국과학기술대연합’을 출범하고 정치와 국정에 적극적 참여를 공식 선언했다. 교육과학기술부로 통폐합된 과학기술부를 부활시킴은 물론, 국회 과기전문가 비중을 높이겠다는 세부추진 방안도 마련했다. 과학기술이 소외받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기인이 뭉쳐 직접 목소리를 내고 행동으로 옮기겠다는 의지다.
◇커져가는 소외감=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겪으며 이공계 인력은 우선순위 퇴출대상이 됐다. 현장 연구자들의 불안감도 커졌다. 여기에 과학기술, 정보통신 부처가 사라지고 정부출연연구소 사명과 역할이 왜곡되기도 했다. 과학기술이 단순히 경제발전 도구로 전락하면서 정치권의 관심도 소원해졌다. 현 의원 가운데 의약학계 전문가를 포함한 이공계출신 의원은 9.7%다. 이마저도 대부분 의약 분야 출신이다.
민경찬 과실연 상임대표는 “과학벨트와 같은 과학기술 정책이 정치·지역적 이슈로 변질되고 과기 컨트롤타워는 부처 이기주의에 막혀 제 기능을 못 한다”며 “과학기술 관련 정책결정 과정에 과기 전문가의 목소리와 참여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과기인 직접 나섰다=문제해결을 위해 과기인은 연구현장에서 나와 직접 나서기로 했다. 총선 대선을 포함해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이슈에 대해 결집된 의견을 적극 표명하고 대안을 제시할 방침이다. 대연합은 내년 총선을 겨냥해 국회의원 의석 20%를 과기전문가에게 배정토록 정치권에 요구할 방침이다. 공무원 선발인원의 절반을 이공계에 배정하고 이공계 기피현상 해소방안도 제시할 계획이다.
이승구 한국엔지니어클럽 부회장은 “여야를 접촉해 전략공천, 비례대표 등 의석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정부 과학기술부 부활 방안도 포함된다.
이상희 전 과기부 장관은 “과학기술이 국민 삶의 질을 결정하는 키워드라는 것을 정치권은 물론 모든 국민이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차기 정부에 과기전담부처를 만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영성 한국기술사회 회장도 “과기부 부활을 위해 각 정당, 회원단체는 물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젊은 층을 위한 캠페인도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과기인의 바람=행사에는 또 학생, 기능인, 엔지니어, 과학기술인 등 분야별 대표가 정부와 정치권에 현장의 목소리도 전했다.
이철용 한양대학교 건축공학전공 3학년생은 초중고 과학 교육 현실화를 요구했다. 그는 “교육 방식이 입시 위주로 맞춰져 실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대학 공학 전공 대학생과 연구원들의 처우 개선도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서정석 법일정밀 대표는 “학벌을 중시하는 풍토로 인해 숙련기술인재가 국가발전 동력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숙련기술인 양성도 중요하지만 숙련기술인과 기능에 대한 정당한 대우와 대학을 가지 않아도 기술과 실력으로 성공하는 사회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현의 기계연구원 자연모사연구실 연구원은 노벨상을 타기위해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묵묵히 연구를 하다보니 노벨상의 후보가 되는 사회가 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미니인터뷰 이상목 과총 사무총장
“출범식을 계기로 과기인이 요구하는 사항을 현실화하기 위한 구체적 행동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이상목 과총 사무총장은 이날 가진 대한민국과학기술대연합 출범식 의미를 이렇게 요약했다.
그는 “출범식에는 선언적 의미가 많았지만 이후 추진한 사업들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도 마련했다”며 “대연합 이름으로 서명운동, SNS(소션네트워크서비스), 학생과 은퇴과학자들이 동참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과기단체가 모두 모여 구체적 의견을 제시, 요구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이 총장은 “그 동안 많은 과기현안이 있었지만 과기인이 제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에 대해 스스로 반성하고 있다”며 “출범식은 앞으로 과기인이 정치나 국정운영에 적극 참여할 것을 공식 선언하는 자리며 이후에 후속 조치들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