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팹리스 기업, 휴대폰에서 컨슈머, 아날로그로 발길 옮긴다

 국내 팹리스(반도체설계전문회사) 기업들이 사업 중심을 휴대폰에서 컨슈머로, 디지털에서 아날로그로 옮겨가고 있다.

 휴대폰 관련 반도체 개발에 워낙 많은 자금이 소요되는 데다가 성공확률도 낮은 만큼 시장이 다변화된 컨슈머나 아날로그 분야에 승부를 거는 것이 승산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팹리스 업체들이 컨슈머 디바이스용 반도체나 아날로그반도체를 신규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과거 국내 팹리스 주 종목은 우리나라 대표 산업인 휴대폰·LCD용 반도체였다. 하지만 LCD는 시장 정체, 휴대폰 분야는 막대한 개발 자금 소요 등으로 국내 팹리스 기업들은 최근 컨슈머용 반도체나 아날로그반도체 등으로 발을 넓히는 추세다.

 코아로직은 휴대폰용 멀티미디어 반도체에서 2009년부터 내비게이션·블랙박스·모바일TV 등 컨슈머 기기용 멀티미디어 반도체로 주력을 바꿨다. 최근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보면서 코아로직은 다시 성장궤도에 올라섰다. 픽셀플러스는 휴대폰 카메라용 이미지센서를 주력 품목으로 나스닥 상장까지 했던 업체지만, 지금은 시큐리티와 블랙박스용 이미지센서로 성장의 발판을 다졌다. 매출 500억원을 넘어선 넥스트칩이 1000억대 진입을 위해 선택한 분야도 블랙박스용 이미지신호처리 프로세서다. 컨슈머로 시작해 자동차용 반도체까지 진입하겠다는 전략이다.

 LCD 티콘과 전력관리칩(PMIC), 드라이버 등을 공급하며 국내 1위 팹리스에 오른 실리콘웍스는 지속성장을 위해 아날로그반도체로 눈을 돌렸다. 브러시리스모터(BLDC) 구동칩과 LED 구동칩을 차례로 발표했으며, 향후 아날로그반도체 비중을 지속적으로 높여나갈 계획이다.

 창업 4년만에 매출 1000억원에 도전하는 업체로 성장한 실리콘마이터스는 아예 처음부터 아날로그반도체에 주력했다. 국내에 몇 안되는 아날로그반도체 전문업체로 성장해 매년 2배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마이크로컨트롤러(MCU) 전문업체로 알려진 어보브반도체와 코아리버는 센서 사업을 통해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어보브반도체는 주변 빛의 조도를 감지해 기기의 밝기를 조절하는 조도센서를 출시했다. 내년부터는 이 품목으로 연간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했다. 코아리버는 터치센서로 고속성장했으며, 최근에는 3~10인치 디스플레이 크기에는 모두 적용 가능한 센서를 개발해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팹리스가 컨슈머 디바이스용 반도체에 눈을 돌린 이유는 기존 휴대폰용 반도체를 만들었던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데다 투자 규모도 비교적 감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날로그반도체는 종류가 워낙 다양해 틈새 시장을 노릴 수 있다.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아날로그반도체 시장규모는 2013년 500억달러를 넘어, 메모리보다 더 큰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성장률도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연평균 9.62%에 이른다. 이서규 픽셀플러스 사장은 “한 업체에 올인해야 하는 휴대폰용 시장보다 컨슈머, 시큐리티 등의 시장이 국내 팹리스가 성과를 볼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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