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상장사 임원 개별 임금 공개 추진

 상장사 등기임원들의 개인별 보수를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그동안 임원 보수총액만 공개해오던 것에서 개인 연봉을 공개하는 조치여서 기업계·금융계 전반에 큰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06년 민주노동당이 추진하다 중단한 증권거래법 개정 작업에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다시 시동을 걸고 나섰다. 자본시장 통합에 따라 증권거래법은 현재 자본시장법으로 바뀐 상태다.

 이정희 공동대표는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임원보수 개별공시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면서 “관련 내용을 담고 있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2009년 3월에 발의됐으나 그동안 제대로 심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실상 통합진보당 당론으로 삼아 강하게 밀어붙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법안이 정치권 논의와 정부 협의를 거쳐 통과되면 재벌그룹 총수나 금융지주사 회장, 상장사 등기임원 등의 개별 보수가 일반에 공개된다. 현재는 사업보고서 제출대상 법인은 임원 모두에게 지급된 보수총액만 기재하게 돼 있어 최고위층 임원들의 성과보수 체계를 전혀 파악할 수 없다.

 정치권의 이 같은 움직임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촉발된 ‘탐욕 경영’에 대한 사회적 경계 시각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여당도 부자 증세방안인 이른바 ‘버핏세’까지 들고 나온 상황이어서 정치권 논의는 이전과 달리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정부는 일단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금융위원회는 8일 “의원입법안에 제시된 임원보수 공시방안은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될 사안으로 금융당국 차원에서는 아직 그 방향을 구체적으로 정한 바 없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잠시 후 “개별 임원의 보수를 공시하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한 발 더 물러섰다.

 재계는 공개기업이라 할지라도 임원 임금은 프라이버시 영역에 속하고 노사관계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한 금융회사 임원은 “선출직이나 청문 대상자도 아닌 사람들의 개별 임금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은 너무 심한 일”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에 상장기업 주주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미국·영국·일본 등 금융선진국에서는 이미 등기·미등기 구분 없이 임원 보수가 개별적으로 공시되고 있는 만큼, 우리도 늦출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임원 임금이 개별적으로 공시되면 주주들은 해당 임원의 경영성과와 보수를 비교해 잘못된 경우 보수 상각 등의 조치를 통해 견제할 수 있게 된다.


 이진호·박창규기자 jholee@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