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이 내년부터 500억원 이상 신축 공공건물 입찰에 빌딩정보모델링(BIM) 설계를 의무화한다. 2013년에는 300억원 이상으로 강화한 뒤 2016년에는 전면시행한다. 그동안 전체 시장 규모가 300억원대에 불과했던 BIM 소프트웨어(SW) 시장이 본격적인 개화기를 맞는다. 그러나 국내 BIM SW 시장이 급성장한다 하더라도 외산업체들만의 잔치가 될 전망이다. 국내 BIM SW가 없기 때문이다. 외산 BIM SW 간 호환이 이뤄지지 않아 상호운용성 문제도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BIM 설계 도입은 공공기관 주도로 시작돼 삼성물산, 쌍용건설, GS건설 등 대형 건설사 중심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아직은 건설 프로세스 전반에서 BIM 설계가 적용되기보다는 시공 전 단계에서 시뮬레이션과 프로젝트관리정보시스템(PMIS)에 연동돼 공정관리에 사용되는 정도다.
◇상호운용성 문제 심각=건설 업계에서 BIM을 도입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SW에 있다. 현재 국내 출시 BIM SW는 레빗, 아키-캐드, 카티아, 텍라 등 모두 외산 제품이다. 국산 제품은 없다. 문제는 이들 SW 간에 상호운용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건설사는 건물 신축 시 설계, 시공, 유지관리 등 단계별로 하나의 BIM 도면정보를 가지고 각기 다른 다양한 요구사항을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단계별로 사용하는 SW가 모두 다르다. 더욱이 이들 SW는 국제규격(IFC)을 따르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IFC 기반 개방형 BIM을 유도하고 있지만 기술력 부족으로 호환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프로그램 성능 문제도 지적된다. 시공단계에서 BIM 데이터 신뢰성 부족과 제도개선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동대문역사문화공원 건설 프로젝트에서는 BIM SW로 디지털 프로젝트, 오토캐드, 리노, 텍라, 스트럭처, 카티아, MIDAS 등 6개 제품이 사용됐다. 건설사는 이들 제품 간 호환을 위해 별도 BIM 협업시스템을 구축했다. 건설 업계 한 관계자는 “개방형 BIM 국제표준인 IFC 데이터를 활용한 BIM SW 개발이 시급하다”며 “이를 기반으로 BIM 협업 환경지원시스템 구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10년 정책 로드맵 마련=최근 BIM SW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고 있다. 이미 지난해 1월 건축 분야 BIM 적용 가이드를 4개 중앙행정기관과 16개 광역자치단체, 6개 공공기관에 배포했다. 국가적 표준으로 BIM을 활용하기 위한 기반 조성을 위해서다. 국토해양부는 BIM 육성을 위한 10년 정책 로드맵도 마련했다.
지난 2008년 구축한 인터넷 건축인허가시스템인 ‘세움터’도 BIM 도면 납품이 가능한 체제로 개편하고 있다. 국가 표준 라이브러리 체계 구축, 자재 유통정보 표준화, 시공단계에서 BIM 확대 적용 등 관련 기술 개발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세움터 서비스 기반이 미래 건축행정 목표는 건물 생애주기 전체 영역에 대한 토털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이다. 세움터 연동으로 건물에너지 절감을 위한 탄소배출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조달청은 내년 500억원 이상 신축 공공건물에 BIM 설계를 의무화했다. 2013년부터는 300억원 이상 건물에 적용,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강화한다. BIM 적용 시 인센티브 제공과 BIM사업 관리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다양한 지원활동도 실시한다.
◇업계 기술 연구 박차=국내 건설사들도 BIM 기술 연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SDS와 삼성물산 등 삼성그룹은 가장 빠른 지난 2009년 BIM 전담조직을 구성, 추진전략 수립과 기술 확보를 위해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사업본부별 실행조직을 두고 BIM 프로젝트 수주를 지원하고 있다.
대림건설은 공사관리 측면에서 BIM 기술을 접근하고 있다. 서울국제금융센터(SIFC) 대상으로 타워 1개동에 BIM을 적용했다. 롯데건설은 마포 롯데캐슬에 BIM을 시범적용했다. 초고층건물로 신축될 예정인 잠실 제2롯데월드에도 BIM을 도입할 예정이다. 쌍용건설은 BIM 시장 선점을 위해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남산 쌍용 플래티넘 현장을 시작으로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중소 전문기업들은 설계사, 구조 엔지니어링사, BIM SW개발업체 등을 중심으로 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BIM SW업체는 버츄얼빌더스, 한길아이티, 인텔리코리아, 솔리데오, 두올테크, 한국가상현실, 디디알소프트 7개사가 있다. 대부분은 외산 BIM SW 기술을 응용하거나 유통해 BIM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중 버츄얼빌더스, 한길아이티, 인텔리코리아 3개사는 컨소시엄을 구성, 정부가 추진하는 월드베스트소프트웨어(WBS) 공간정보 부문에 선정돼 정부 지원을 받는다.
조달청 BIM 활성화 추진 계획
자료 : 조달청
<박스> 해외 BIM 기술연구 동향
BIM 기술이 상대적으로 일찍 도입된 미국 등 선진국가는 SW별 BIM 정보 변환, 응용SW, 유지보수 응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가 활성화됐다. 미국은 조달청(GSA)이 공공시설국(PBS) 건축부(OCA)가 만든 국가 3D-4D-BIM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독일은 빌딩 스마트로 건물정보를 건축설계 단계에서 생성해 시공단계를 거쳐 통합시설자산관리(CAFM)에 전달하는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한다. IFC를 적용해 분야 간 데이터 호환성도 확보했다. 싱가포르는 건설청 주관으로 건축과 IT분야를 연계하기 위해 13개 정부기관이 연계된 웹 기반 건설행정 처리시스템을 구축, 운영하고 있다.
해외 SW업체로는 8개 대형 BIM 개발 전문회사가 있다. 대부분 핵심기술부터 모델링, 서버, 모델러, 응용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BIM은 패러메트릭 모델링으로 벽과 창문 등 건물 구성요소를 직접 그리는 것이 아니라 요소들의 분류를 정의해 설계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용어설명>
빌딩정보모델링(BIM:Building Information Modelling)=건축설계를 기존 평면(2D)에서 입체(3D)로 고도화해 건축물 생애주기 동안 발생하는 정보를 통합관리하는 기술이다. 이를 기반으로 빌딩관리시스템, 빌딩에너지관리시스템 등을 보다 정확하게 구현할 수 있다. 시설공사에 BIM을 도입하면 설계과정부터 각종 시뮬레이션으로 잘못된 부분을 수정할 수 있다. 조달청은 2016년까지 모든 신축 공공건물에 BIM 도입을 의무화한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