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가 유경선 회장이 재무를, 선종구 회장이 영업 총괄을 맡는 것으로 갈등을 일단락 했다. 급하게 경영권 분쟁을 마무리 하면서 만든 안이다. 하지만 재무와 영업이 독립적 의사결정 체제 아래서 진행되기는 쉽지 않다. 앞으로 두 대표간 조화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유진그룹은 30일 오후 6시 서울 공덕동 유진그룹 본사에서 하이마트 이사회를 열고 유 회장을 재무담당 대표이사로, 선 회장을 영업담당 대표이사로 각각 선임했다. 이로써 선종구 대표이사 개임 논의로까지 치달은 1·2대 주주 간 경영권 싸움은 ‘각자대표제’ 합의로 일단락됐다.
유진그룹 측은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이 하이마트의 재무전반을 총괄하고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이 영업과 기타 업무를 총괄하는 것으로 양측이 합의했고 이사회에서 최종 확정됐다”고 말했다. 하이마트 측도 “각자대표제 도입에 따른 역할 분담에 합의한 것이 맞다”고 확인했다.
이 같은 역할 분담은 가전유통 사업에서 오랜 사업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선 회장의 역량을 인정한 데 따른 것이다. 하이마트의 국내외 사업 강화를 위한 전략 마련과 최종 의사결정권을 선 회장이 쥠으로써 기존 사업 강점을 그대로 살린다는 구상이다. 하이마트 임직원들이 경영 현장에 선 회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의지를 강력히 피력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재무 부문을 별도로 나뉜 것은 앞으로도 경영상 문제의 소지가 있다. 전체적인 영업과 사업 방향을 정하고 세부 계획을 정하는 데는 재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기 때문이다.
각자대표제를 통해 두 대표는 각기 맡은 사업 영역에서 최종 의사결정권을 행사하게 된다. 관할 사업 영역이 아닌 분야에 대해서는 의사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다. 선 회장이 사업 전략을 내놓더라도 그에 따르는 재무적 뒷받침이 이뤄지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이 때문에 두 각자 대표의 교감은 앞으로 더 중요해졌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하이마트가 경영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투톱 대표간 더 많은 의견 교환과 합의가 중요하다”며 “특히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불거졌던 서로에 대한 앙금을 하루 빨리 해소하는 데도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