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그만 꽂으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함으로 인해 가정이나 산업 부문 전기에너지 의존도가 높아가고 있다. 하지만 전기 사용이 늘어나면 부담은 고스란히 되돌아온다. 지난 9월 15일 벌어진 순환정전 사태는 우리나라 에너지 문제, 그 중에서도 전기에너지 관리와 절약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준 계기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고효율 가전제품이나 설비를 사용해도 이를 사용단계에서 효율적으로 운영·관리하지 못한다면 에너지절약은 공염불에 그치기 쉽다는 것.
IT가 최적 에너지관리 수단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에너지사용 현황을 알고 이를 관리하는 IT는 이제 에너지절약을 위한 필수 카드로 부상했다.
◇에너지를 감시하라=에너지는 늘 사용하고 있지만 일정기간이 지난 후에 요금청구서를 받아보고 나서야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평상시 사용하던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다고 인지하는 시점은 에너지를 낭비한 이후다.
에너지 소비자나 관리자가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도록 가시화해 주는 것은 에너지 절약에 매우 중요한 조치다. 이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최적의 기술로 IT가 부상하고 있다. 에너지기기와 IT가 융합하면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검침해 외부에 전송할 수 있고 전송된 데이터를 저장·분석해 이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IBM은 미국 버몬트 반도체 공장에 공장에너지관리시스쳄(FEMS)를 도입, 지난 1990년부터 2009년까지 약 51억㎾의 전력을 절감했다. 기존의 설비를 효율적으로 운용·관리하는 것만으로도 140만가구가 일 년 동안 사용하는 전력을 절감한 것이다.
FEMS란 공장 내 가동 중인 모든 설비의 에너지 사용현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최적의 에너지소비를 찾게 해주는 시스템이다.
독일 지멘스가 2009년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산업 분야에 FEMS를 적용할 경우 연간 최대 20%의 에너지 절감이 가능하다.
이름만 다를 뿐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이나 조명제어시스템 등도 마찬가지다. 오로지 운영과 관리로만 최적의 에너지소비를 찾는데 IT를 이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ESCO, IT를 만나다= 건물 및 공장 에너지관리에 역점을 두고 있는 우리나라도 에너지를 절약하는 데 IT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지식경제부는 올해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과 함께 ‘IT 기반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 시범사업’을 본격 추진했다.
ESCO는 에너지사용시설에 투자하고 투자한 시설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절감액으로 투자비와 이윤을 회수하는 기업이다. 신규 ESCO사업 투자대비 효과가 감소하고 있어 신사업모델 발굴과 기존 사업 효율을 제고할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정부가 주목한 것이 바로 IT 기반 사업이다.
사업을 추진하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3~5년 이내 투자비 회수가 가능한 사업모델을 발굴, 시범사업을 추진해 현장 적용성, 수익성, 시장성을 검증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처음 실시한 시범사업은 일단 만족할만한 성과가 나왔다는 평가다. 시범 사업 결과와 일본·독일 등 주요 선진국 연구 결과를 토대로 했을 때, 빌딩(건물)은 15%, 공장은 10% 내외의 에너지 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검증됐다.
정부는 올해 성과를 바탕으로 2012년에도 IT 기반 ESCO 시범사업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FEMS·BEMS는 물론 데이터센터(IDC)의 에너지소비를 최소화하는 그린 IDC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얼마나 줄였나= 올해 실시된 IT 기반 ESCO 시범사업의 성과를 보면 효율적인 에너지관리만으로도 상당 수준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동원시스템즈는 양재동 동원산업 지하주차장에 LED 조명제어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만으로도 성과를 얻었다.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모션센서는 차량 및 인체 움직임을 감지해 차량진입 정보 등을 무선통신으로 LED 디밍시스템에 전달하고 디밍시스템은 전달받은 정보에 따라 LED조명 밝기를 제어한다. 평소에는 20%의 밝기를 유지하다 차량이 진입하는 순간 80% 밝기로 전환된다. 동원산업 지하주차장 7개 층 전체에 LED 650여개가 도입됐고 10월 운영 결과로 240만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LED 교체에 따른 비용 절감분:190만원, LED 디밍 절감분:50만원) 약 7년이면 투자비 2억원을 회수할 수 있다.
동원시스템즈는 시범적용한 LED와 디밍, 센서 일체형 시스템을 활용해 LED 조명 확대에 힘쓸 예정이다.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추진하는 에너지고효율등급인증 신청도 계획 중이다.
삼성테크윈이 추진한 연세의료원 녹색병동 구축사업도 관심을 끌었다. 2010년 온실가스 관리대상으로 선정된 연세의료원의 경우 연간 에너지 비용으로 100억원 이상을 사용하는 에너지다소비 건물이다. 에너지 절약이 병원의 당면과제가 되면서, 연세의료원은 이미 지난해 열교환기, 보일러 운전을 최적화해 면적당 에너지 사용을 5% 이상 개선했다. 연세의료원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IT를 이용해 에너지 절약 효과를 끌어올리기 위해 IT기반 ESCO 시범사업을 통해 BEMS를 구축했다. 실내 환경을 유지하는 범위 안에서 효율적인 에너지 절감을 위해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및 피크제어 알고리즘을 개발해 공조기·조명·시스템에어컨 설비 제어를 수행했다. 그 결과 신촌 연세의료원 3개동 시범적용을 통해 11% 이상 에너지 절감해 연간 1억2000만원을 절감했다.
금호타이어는 FEMS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연간 210만개 자동차 타이어를 생산하는 4만평 규모의 금호타이어 평택 공장에는 관리자가 150여개의 모든 전기 사용 생산시설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불필요한 에너지 사용량이 보고되면 바로 대응하고 있다.
평택공장에 구축된 FEMS는 전기에너지뿐만 아니라 LNG나 용수, 유틸리티 공정에서 생산하는 에어, 스팀까지 유량계와 연결된 유무선통신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관리자는 사무실뿐만 아니라 모바일 단말기를 활용해 출장지, 집 등에서도 에너지 사용량을 감시할 수 있고 이번에 함께 교체된 LED 조명을 제어해 원격에서도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연간 28억원을 에너지 비용으로 지출하는 금호타이어의 경우 10월 한 달간 FEMS를 시범 운영한 결과 약 1400만원을 절약했다. 이를 1년으로 환산할 경우 2억원에 이른다. 3.5년이면 투자비 7억원을 회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특히 에너지관리시스템의 실제 절감 효과는 장기 운영 결과 축적 분석에 따른 절감 조치가 이루어지면서 더욱 빛을 발하기 때문에 절감 효과는 앞으로 더욱 높아 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타이어는 이번사업의 결과를 평택공장 뿐만 아니라 곡성·광주 등 다른 지역 공장으로 확대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또 시범사업에서 시설 설치를 담당한 이노셈코리아 및 아시아나IDT 등 ESCO와 IT업체는 공동으로 해외 ESCO사업 진출을 위해 지난 10월 말 에버텔·넥스티어비나 등 베트남 현지 국내 공장 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금호이엔지는 건물 통합 에너지관리시스템을 선보였다. 다수 건물의 에너지 사용설비를 운영, 관리하기 위해서는 많은 인력과 비용이 필요하다.
대학의 경우 캠퍼스에 건축 시점이 다른 건물이 많아 에너지 통합관리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각 건물별로 일일이 사람이 직접 이동해 에너지를 모닝터링하고 각 설비별 에너지를 제어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동국대학교(경주캠퍼스)와 대구교육대학교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금호이엔지와 공동으로 캠퍼스 대부분 건물을 대상으로 통합 에너지절감시스템을 구축했다.
통합 에너지절감시스템은 한전 전력량계와 에너지통합관리장치를 연동해 목표설정에 의한 피크 관리로 기본 전기요금을 절약했다. 연구실·강의실 등에는 재실센서로 조명과 일부 냉난방기를 제어해 불필요하게 소비되는 전력 사용량을 줄였다.
캠퍼스 건물별 전력 사용량 실시간 모니터링 및 에너지 관리를 위한 스마트 앱 개발로 언제 어디서나 원격 통합에너지관리가 가능하게 했다.
동국대학교(13개 건물)와 대구교육대학교(13개 건물) 26개 건물에 시범운영 결과 연간 15% 이상 에너지 절감, 연간 1억1000만원의 비용 절감을 달성, 투자비용을 3년 이내 회수할 수 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