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IT컨버전스 세계 시장 규모는 약 100조원에 달한다. 딜로이트는 2018년이 되면 ‘IT융합’ 시장이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등 전통 IT 시장보다 8배 이상 큰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급속한 성장 규모만큼이나 국방·의료·농업 등 업종을 불문하고 IT와 융합을 통한 u인프라는 일하는 방식부터 소비하는 방식까지 모두 바꿔 놓고 있다. 변화의 속도는 스마트폰이 가져온 모바일 빅뱅을 만나 더욱 빨라졌다.
‘커뮤니케이션’과 ‘즉시성’이 필요한 국방산업에서 IT는 이미 우위를 가르는 척도다. 초고속통신 기술부터 네트워크 기반의 분석 및 감시 기술 경쟁이 승패를 가른다. 모바일·클라우드산업과 만난 의료산업은 몸이 불편한 환자의 불편함을 줄이고 있다. 의사의 물리적·공간적 한계를 극복해주는 것이다. 스마트기기 및 원격 기술과 만난 농업은 ‘도심 속 농부’란 신종 직종을 만든데다 믿을 수 있는 소비까지 가능하게 하고 있다.
IT산업과 융합이 가져온 또 한 번의 산업혁명은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전통산업, 모바일·클라우드와 만나=국방부는 올해 광대역 유무선통합(FMC) 네트워크 구축에 나섰다. 음성·영상·데이터를 통합해 소통 역량을 높일 수 있는 통합커뮤니케이션(UC)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2015년까지 데이터와 음성을 통합해 하나의 인터넷프로토콜(IP)망을 중심으로 모든 정보가 흐를 수 있는 신개념 네트워크를 조성한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LG에릭슨 등의 최신 유무선 장비가 대거 도입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음성통화 위주로 된 통신망에 영상 서비스도 전송할 수 있게 되면 헬멧에 카메라가 탑재돼 서로 송수신하는 등 국방 영역에서 생각지 못했던 많은 일이 가능하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2013년까지 클라우드컴퓨팅 서비스 환경을 제공하는 국방 ‘통합정보관리소’도 탄생해 유무선 통합 기반 대규모 국방정보통신망과 연계된다.
‘정보화’에 인색했던 국방 관계자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 군 관계자는 “그간 전술을 짜는 사람들은 IT가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모르는 채 밑그림을 그렸지만 이제 모든 무기 플랫폼 등이 네트워크 환경 하에서 전술 요소들을 통합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급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격조종 시스템과 자동비행 시스템 등은 물론이고 이른바 ‘네트워크 중심 작전환경(NCOE)’으로 합동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체계 전반의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재배부터 식탁까지…‘도시 농부’도 출현=IT는 생산부터 유통 및 소비 전 과정을 바꿔놨다. 스마트 디바이스를 이용해 원격으로 작물 상태를 확인하는 기술부터 생산 및 출하 전 과정에 IT가 접목되고 있다. 최근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식물공장’이 바로 그러한 예다.
올해 5월 순천시는 인삼과 고추냉이를 원격으로 재배하고 모니터링하는 대규모 분산식 이동형 ‘식물공장’ 개발을 시작했다.
인삼과 고추냉이 등을 재배하는 분산된 농장들은 웹 기반의 중앙 원격제어 통합 관제시스템을 갖췄다. 곳곳에 설치된 CCTV가 모바일기기와 연계돼 스마트패드(태블릿PC)와 스마트폰 등으로 식물의 재배 현황을 실제 눈으로 보듯 모니터링한다. 온도·습도 등이 모두 스마트기기에 표시돼 실시간 제어까지 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을 개발 중인 대양이티엔씨 관계자는 “고부가가치 청정 농산물 생산을 위한 중앙 원격제어시스템을 통해 미래형 농업 기술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반드시 농장에 있지 않아도 식물 재배와 관리까지 가능한 시대가 온 것이다.
축산 및 농수산 제품 정보의 이력관리가 도축 및 채취 당시부터 전자태그(RFID) 등으로 가능해지면서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원산지를 판별할 수 있는 시대다. 최근 농협은 RFID 출고 시스템을 갖춘 축산물 공판장을 개장하기도 했다.
◇의사부터 약사까지…IT와 불가분=올해 대부분 제약사는 RFID를 전 생산라인에 도입하고 있다. 한미약품을 비롯해 경동제약, 일동제약, 한국콜마 등 제약사가 잇따라 RFID 적용을 통해 제약 과정 투명화 및 정확도 향상을 꾀하고 있다.
가장 각광받는 분야는 u헬스다. 유무선 통신망을 이용해 ECG, 혈당 데이터를 전송하고 생체 정보의 저장, 관리 및 진단의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자동화된 진단 결과 도출과 피드백 수렴도 가능하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노인 당뇨병을 위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실시간 데이터 기반 피드백 시스템을 개발해 적용한 데 이어 최근 욕창환자들을 위한 u헬스케어시스템 등도 개발하고 있다. 클라우드 기술과 태블릿PC를 접목한 모바일 진료 서비스도 오픈했다. 입원 환자에게 RFID를 부착하고 실제로 약을 투약할 때 환자정보와 일치하는지 확인한다.
이 병원 관계자는 “실제로 원내에서 잘못된 약제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가 병원 사망사고 원인 가운데 세 번째”라면서 “투약정보가 반드시 일치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RFID를 접목해 약제 사고를 크게 줄였다”고 말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