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냐, 게임이냐!”
스무아홉살 젊은 이야기꾼이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몇 해 전 대학등록금 걱정을 하던 것이 거짓말처럼 느껴지는 순간이다.
21일 치러진 NHN 게임문학상에서 대상 수상의 영광을 안은 전준후(중앙대 영화학과)씨는 아직도 얼떨떨한 기분이라고 털어놨다. 자신이 상금 5000만원의 주인공이란 사실도 아직 실감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최 측에서 대상 수상 여부를 현장 발표 전까지 철저히 비밀로 했기 때문에, 단상에서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에야 대상 수상을 알았다.
“아이디어는 몇 해 전 부터 가지고 있었지만, 마음 먹고 쓴 첫 번째 작품으로 받은 상이라 아직도 놀랍고 믿어지지 않아요.”
올해 2회째를 맞은 NHN 게임문학상은 문화 콘텐츠 산업의 ‘금맥’에 해당하는 ‘스토리텔링’을 발굴하는 작업이다. 장편과 단편 부문으로 나뉘어 MMORPG나 FPS, 모바일, 캐주얼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이 가능한 소설 형태의 이야기를 찾는다. 총 1억원의 규모의 파격적 상금이 주어지며, 수상작은 e북으로 제작되어 네이버캐스트를 통해 공개된다. 해리포터 스토리가 소설에서 영화로, 다시 게임으로 탈바꿈되었듯 게임문학상 수상작들도 다양한 미디어로 변신을 꿈꾸는 ‘씨앗’이 될 예정이다.
대상 수상작품으로 선정된 전씨의 ‘보드빌’은 ‘인공진화’와 ‘좀비’라는 이색 소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문명이 발달한 근미래, 대부분의 인간들은 낙원으로 불리는 양자컴퓨터 속으로 영혼이 들어간다. 여기에 합류하지 못하고 낙오자가 된 사람들이 육체만 남은 좀비들과 싸우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을 다뤘다. 영화 시나리오를 공부하던 그는 스토리를 다양한 장르의 게임화가 가능하도록 능숙하게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상 비결이요? 내가 첫 번째 독자니까 무엇보다 내가 만족할 만한 이야기를 써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또 아무리 공상과학 스토리라도 앞뒤 연결이 되고, 영상으로 구현이 가능한 이야기로 써야겠다고요.”
전 씨와 게임계와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평소에도 콘솔 게임을 즐기던 그는 학교를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며 게임업계에 입문했다. 작은 게임회사에서 JCE까지, 게임 운영자에서 QA(Quality Assurance, 품질보증) 등 다양한 여러 업무를 경험했다. 그는 “밖에서 게이머로서 보면 왜 이건 안 되지?”라고 생각했던 일들을 현장에서 직접 겪으며, 안 되는 것과 되는 것의 차이를 깨달았다고 말했다.
한국의 ‘알프레도 히치콕’을 꿈꾸던 영화학도는 게임 개발에도 큰 매력을 느꼈다. 그만큼 게임산업의 풍부한 가능성과 역동성은 그에게 영화에서 게임이라는 또 하나의 길을 열어주었다.
“게임도 인류의 위대한 유산이 될 수 있잖아요. 게임이든 영화든 내가 직접 쓴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이 제 꿈입니다.”
전 씨는 게임도 당당한 창작의 한 분야라고 바라봤다.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IT의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라 문학이나 영화처럼 예술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젊은 세대에게 게임은 영화처럼 또 하나의 일상 속 미디어로 자리잡았다. 아직은 학생으로서 남은 공부를 마치며 진지하게 진로를 고민하겠다고 전했다. 게임문학상은 숨겨진 가능성을 확인해준 소중한 기회이자 계속 꿈을 향해 걸어가라는 신호가 되어준 셈이다.
“상금이 나오면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었어요. 내가 쓴 시나리오로 단편영화를 꼭 찍어보려고요.”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