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U 코어 많으면 무조건 일 잘한다? `알고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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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프로세서 안에 2개 이상의 코어를 넣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신기한 일이 아니다. 데스크톱PC나 노트북은 이미 듀얼코어(2코어)가 대중화됐다. 쿼드코어(4코어) 프로세서 가격도 많이 내려 10만 원대 후반에서 20만원대 중반에 마련할 수 있을 정도다. 값을 크게 낮춘 쿼드코어 노트북은 60만원대에 살 수 있다.

이처럼 PC에 쓰이는 프로세서에 코어 여러 개가 들어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보다 낮은 전력 소모량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코어 1개가 높은 클록으로 작동하는 것보다 2개 이상의 코어가 더 낮은 클록으로 작동하면 전력 소모는 물론 발열량도 낮아진다. 뿐만 아니라 여러 프로그램을 한꺼번에 띄워 놓고 쓰는 일이 점점 많아지기 때문에 코어 2개가 일을 나누어 처리하면 더 짧은 시간 안에 일을 마칠 수 있다.

■ 인텔·AMD, 불붙는 멀티코어 경쟁

PC용 프로세서를 생산하는 양대 업체인 인텔과 AMD 역시 한 프로세서 안에 더 많은 코어를 넣기 위해 경쟁중이다. 이 가운데 AMD는 지난 10월 초 개발명 ‘불도저’(Bulldozer)로 불리던 ‘AMD FX’ 프로세서를 내놓아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 프로세서는 데스크톱에서 8코어(옥타코어)를 구현한데다 지난 8월에는 오버클록으로 8GHz가 넘는 주파수에서 작동해 기네스북 기록도 세웠다. 특히 최상위급 제품에만 쓰이다 지난 2006년 이후로 자취를 감춘 브랜드 ‘FX’를 5년 만에 부활시켰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모았다.

이런 가운데 인텔은 ‘샌디브리지 익스트림’으로 불리던 코어 i7 3960X·3930K 프로세서를 선보였다. 이 두 프로세서는 코어 6개를 담고 있고 각각 3.3GHz·3.2GHz로 작동한다. L3 캐시 역시 3960X는 15MB, 3930K는 12MB에 달할 뿐만 아니라 AMD FX 프로세서처럼 오버클록에 대한 제한이 없다.

일단 숫자만 놓고 보면 AMD 불도저 최상위 제품인 FX-8150이 3.6GHz에서 8코어로 움직인다. 하지만 코어 i7 3960X는 이보다 낮은 3.3GHz에서 6코어로 움직인다. 이 사실만 놓고 보면 FX-8150 프로세서가 더 높은 성능을 낼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 코어 수 2개 적지만 “차원이 달라”

하지만 테스트 결과는 이런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무료 동영상 인코딩 프로그램인 ‘다음 팟인코더’에서 MPEG2 동영상을 H264 동영상으로 변환하는 테스트 결과를 보면 코어 i7-3930K가 FX-8150보다 60초 이상 더 빨리 작업을 끝낸다.

3D 화면을 CPU만으로 그려내는 프로그램인 ‘시네벤치 R11.5’에서 수행한 테스트 결과를 보아도 FX-8150 프로세서와 인텔 i5 2500K가 거의 비슷한 성능을 보이는 반면 코어 i7 3960X가 70% 이상 더 높은 값을 나타낸다. 결국 코어 수가 많다고 무조건 높은 성능을 내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셈.

실제로 AMD FX 프로세서는 ‘불도저 코어’를 4개 넣어서 ‘옥타코어’라 표현하고 있는데, 이 ‘불도저 코어’의 정수 연산 부분은 독립된 반면 부동소수점 연산 기능을 필요에 따라 공유하는 방식이라 성능을 고르게 발휘하지 못한다. FX-8150(3.6GHz)를 직접 테스트한 한 관계자는 “FX-8150 프로세서를 설치한 PC에서 윈도8을 실행하면 8코어가 아닌 4코어로 알아챈다.”고 지적했다.

다른 업계 전문가 역시 “i7 3930K·3960X 프로세서는 애초 서버용으로 마련된 8코어 프로세서에서 코어 2개를 작동하지 못하도록 막고 가격을 낮춰 내놓은 제품이다. 만약 8코어를 전부 살려서 내놓았다면 훨씬 높은 성과가 나왔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한다.

■ 코어 숫자 많다고 성능 무조건 높지 않아

프로세서 사이에 가격을 비교해 보면 차이는 더욱 분명해진다. AMD FX-8150 프로세서는 현재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쿼드코어 프로세서인 인텔 i5 2500과 성능에서 큰 차이가 없지만 가격은 9만원 가까이 비싸고 전력 소모량도 높다. 하지만 일부 용산 매장에서는 이런 사정을 전혀 밝히지 않고 ‘8코어’만을 강조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용산 유통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현재 AMD FX에 대한 여론이 업체나 소비자들 막론하고 우호적이지 않다. 재고를 안고 있는 매장도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다. 심지어 한 매장에서는 AMD FX 프로세서를 ‘8코어다’라는 사실만 강조해 판매했다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코어 수가 많다고 무조건 성능이 뛰어나지는 않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PC를 마련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권봉석 이버즈 기자 bskwon@ebuz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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