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소프트웨어(SW)산업 육성 정책을 앞 다퉈 내놓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스스로 IT강국이라고 자부하지만 SW산업은 미약하다. 100대 SW기업에 이름을 올려놓은 우리나라 기업은 한곳도 없다. 이런 면에서 SW산업 육성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구글과 애플의 운용체계(OS)가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면서 IT산업은 마치 OS 등 SW가 전부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SW산업 육성을 위해 정책을 마련하는 담당자조차 이러한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IT서비스기업에 대한 공공정보화 사업 입찰참여 제한 정책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는 시스템통합(SI)산업과 SW산업을 정확하게 구분하지 못하는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된다.
SI사업은 더욱이 대형 사업일 경우 단순히 SW 한두 개를 적용하고 이를 커스트마이징하는 것이 아니다. 수십 종류의 이기종 SW와 HW를 도입하고 이를 모두 통합(Integration)하는 과정이다.
100여종의 SW가 투입되는 사업도 있다. 다른 대형 정보시스템과 연동도 해야 한다. 사업 수행자는 다양한 SW와 HW는 물론, 업무를 이해해 전체적인 정보시스템 아키텍처를 만들어야 한다. 관건은 대규모 통합작업을 특정 영역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SW기업이 수행을 할 수 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는 점이다. 대기업 편을 들자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 대형 SW기업인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MS), SAP도 직접 SI를 하지는 못한다. 저마다의 역할이 있다. SW 전문기업에 SI를 떠맡기는 걸 단순히 기회를 부여하는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약이 아닌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한번 시행해보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다시 바꾸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시행착오로 돈과 시간이 허비되는 일이 없도록 정책은 치밀하면서도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
SW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무엇보다 공공기관 담당자 역량부터 강화해야 한다. SW 분리발주 확대와 SI 수행업체 하도급 계약 감시 등도 뒤따라야 한다. 발주기관의 무조건적인 예산절감이 아닌 제값주기도 정착돼야 한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