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비준안이 22일 통과됐지만 정국은 꽁꽁 얼어붙었다.
당장 새해 예산안 처리를 위한 국회 의사일정이 파행을 면치 못하게 됐다. 정부는 내년 1월 1일 한미 FTA 발효를 기대하고 있지만 야권은 물론이고 각계의 반발로 힘겨운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논란의 정점에 있었던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재협상도 불투명하게 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비준 카드로 제시했지만 야권이 장관급 서면 약속을 요구하면서 재협상 제안은 이미 의미를 잃었다.
더구나 평화적인 협의 표결이 아닌 최루탄이 난무한 기습처리로 결론났기 때문에 대통령이 약속을 지킬 명분은 더 희박해졌다.
◇야권 “날치기 행태 또 나왔다”=민주당과 민노당 등 야당 의원들은 이날 한미 FTA 처리가 ‘날치기’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향후 국회 의사 일정을 전면 보이콧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국이 급격히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달부터 새해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지만 여야 간 심도 있는 심의와 평가는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예산안을 한미 FTA와 연계 처리까지 고민한 상황에서, 야당의 반대가 있다면 예산안 처리를 단독으로라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야권은 여당이 이날 본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한 것도 집중적으로 문제삼고 있다. 여당이 국민적 저항을 두려워해 본회의장 문을 걸어 잠근 채 사실상 날치기를 했다는 지적이다.
◇“ISD 재협상은 가능성 낮아”=정부 관계자와 정치권에선 핵심쟁점인 ISD를 두고 미국과 재협상할 가능성은 극히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비준안 처리가 표결 형태를 띠기는 했지만 파행적으로 이뤄진 만큼 대통령이 재협상 조건을 받아들일 여지가 거의 없어졌다.
물론, 내년 1월 발효된다는 가정 아래 4월 안에 한쪽이 재협상을 요구하면 상대방은 무조건 재협상을 받아들이도록 명시돼 있지만 우리 측이 먼저 요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비난 여론 청와대·여당엔 큰 부담=내년 4월 총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여권 전반은 큰 악재를 만났다.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는 비준 처리 직후부터 여의도에서 집회를 열고 한나라당의 한미 FTA 단독 표결처리를 규탄했다. 범국본은 “한나라당을 내년 총선에서 전원 낙선시키는 전면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청와대도 일단 회기 내 숙원인 한미 FTA 비준 성과는 얻어냈지만 향후 민심이 어디로 흐를지 몰라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