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점에 몇 번씩 전화를 해도 담당자가 없으면 무작정 기다려야 했지요.”
하이트진로가 모바일 오피스 시스템을 개발한 이후 문자설 하이트진로 대리(영업대표)는 더 이상 지점 관리자와 통화 연결을 위해 기다릴 필요가 없어졌다. 장부를 뒤져보거나 수첩을 사용할 일도 없다. 거래처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간단히 확인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물류 창고에 몇 개의 제품이 남아있는 지도 말이다.
문 대리를 포함해 하이트진로가 9월 오픈한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 오피스 시스템 ‘스마트 오피스’ 사용자 수는 11월 700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500명 가량이 모바일 영업자동화(SFA) 시스템을 사용하는 현장 영업 사원들이다.
2달만에 기하급수적으로 사용자가 늘어남과 동시에 영업 경쟁력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이들의 주 거래처는 맥주와 소류 등 주류를 식당과 호프집으로 공급하는 도매업소. 기존 영업사원들은 거래처의 판매량 및 채권 내역을 확인하거나 주문 및 발주를 할 때면 전국 30여개의 지점 가운데 해당 정보를 가진 곳에 전화를 걸어야만 했다.
◇개발 기간 5개월…주류업 첫 ‘움직이는 사무실’=국내 주류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는 지난 5월 전사자원관리(ERP) 프로젝트를 완료하면서 기간 시스템을 새 단장했다. ‘주문관리’ 모듈은 새 ERP에 탑재된 주요 기능이었다. 기존엔 주문 내역을 ERP에 입력하지 않고 전화를 걸어 물류 센터에 알렸었다.
회사는 ERP의 새 기능을 스마트폰으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 현장 영업력을 높이는데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했다. 개발은 시작됐다. 김인걸 하이트진로 IT팀 대리는 “현장종결형 영업 업무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모바일 시스템 개발 필요성이 처음 대두됐다”고 말했다. 이메일, 게시판, 임직원 조회, 결재 기능을 구현한 모바일 그룹웨어 개발도 함께 이뤄졌다.
시중 모바일 오피스 솔루션 가운데 삼성SDS의 모바일 데스크를 도입키로 결정했다. 시스템 관리의 편의성과 확장성, 수행 업체의 다양한 경험을 높이 평가했다. 김 대리는 “i-OS를 비롯한 아이패드, 다양한 안드로이드 OS 모바일 기기를 대상으로 한 개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 모바일 시스템 개발 편의성을 높인 하이브리드 콘셉트가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5개월간 개발작업 끝에 9월 하이트진로는 △주문관리 △거래처관리 △담보관리 △여신관리 △영업현황 △임원용 경영정보 등 12개 앱을 개발하고 적용을 시작했다. 현장 발주와 주문은 물론 CEO를 포함한 전 임원들이 모바일 경영정보시스템(EIS) 앱을 통해 일·월 현황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됐다.
문 대리는 “임원들이 정보 확인차 전화를 걸거나 문서 작업을 요구하는 일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사원들이 결재 진행 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사무실에 들어와야 할 일도 없어졌다.
◇보안에 중점…2단계 개발로 검색·집계 제고=하이트진로는 개발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을 보안이라고 토로했다.
가상사설망(VPN)을 적용해 보안을 강화하면서도 임직원 소유의 기기임을 감안해 초기화 기능 등은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단 모바일 기기로의 데이터 다운로드는 할 수 없도록 했다. 첨부 파일 확인은 가능하지만 데이터는 원본이 아닌 이미지화 되도록 했다. 삼성SDS의 보안 전문가가 투입됐다.
‘애니 디바이스, 애니 플랫폼’을 기조로 어떤 모바일 기기와 OS를 보유한 직원도 사용에 문제가 없도록 했다. 아이패드 등 스마트패드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월 사용료를 삼성SDS에 내는 방식이기 때문에 2달간 사용 실적이 뜸한 임직원은 서비스를 닫는 등 사용률을 높여 나갔다. 김 대리는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기 위해선 대량의 하드웨어를 도입해야 했지만 기술의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삼성SDS의 데이터센터를 활용해 사용료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택했다”고 말했다. 접속로그를 분석해 거래처 담보 내역 등 이용률이 떨어지는 앱의 문제도 분석했다.
개발 과정에서 iOS 5 업그레이드, 삼성전자 갤럭시S LTE 버전 적용 등 갑작스런 문제가 일어나기도 했지만 삼성SDS와 머리를 맞대 해결해 나갔다. 오픈한 모바일 시스템의 요구 사항을 수렴하고 있으며 내년 초 2차 개발에 이를 반영할 계획이다.
가장 큰 요구는 검색 기능의 고도화다. 임직원 조회 등을 이름 외에 직무 등 키워드로도 검색 가능토록 하는 것이다. 단일 데이터가 아니라 분석과 통계가 가미돼 지점이나 권한별로 필요한 데이터로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애니 디바이스’ 지원은…‘하이브리드’ 기술로 해결=임직원들에게 기기를 지급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는 기기를 연계시켜 주다 보니 OS도 다양했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수를 기록한 OS는 안드로이드로 500여대나 된다. i-OS 기반 아이폰 사용자들이 100여명이다. 아이패드를 포함한 스마트패드 사용자들은 많지 않다.
하이트진로가 다양한 OS용 모바일 기기를 수용하는데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은 삼성SDS 모바일 데스크가 가진 ‘하이브리드’ 방식 개발 플랫폼이다.
하이트진로에 적용된 삼성SDS의 시큐어드기업모빌리티플랫폼(SEMP)은 한번 소스를 개발하면 OS 구분없이 쉽고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형 개발 방식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손기영 삼성SDS 기업모빌리티서비스(EMS) 솔루션 개발센타장(상무)은 “원소스멀티유즈(OSMU)가 가능한 모바일 앱을 빨리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하이브리드 플랫폼과 유저인터페이스(UI) 프레임웍을 지원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웹 방식으로 손쉽게 모바일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면서 기기와 OS 플랫폼을 연결하는 부분만 특정 OS에 맞춰 제공해 개발 편의성을 높이는 원리다. 하나의 모바일 앱에서 다양한 데이터 처리가 동시에 가능한 조합형(컴포지트) 서비스 개발이 가능한 것도 SEMP의 강점이다. 단일 앱으로 다양한 금융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기업에 적용돼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SEMP를 비롯해 모바일디바이스관리(MDM), BAS, VPN 등 기업이 필요한 요소를 모두 제공한다고 강조한 손 상무는 “SEMP는 다른 모바일 시스템 업체와 달리 △기존 시스템의 모바일로의 연계 △빠르고 쉬운 모바일 앱 개발 △멀티 OS의 운영과 모니터링까지 통합되면서 유연한 기술을 제공한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통합된 사용자 등록 및 인증 환경, 하나의 관리자 콘솔에서 전체 모바일 환경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등 통합된 모바일 시스템 개발 및 운영이 가능하단 것이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