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형 신주인수권사채(BW) 발행이 급증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벌써 코스닥업체 분리형 BW 14건이 발행됐다. 연말 BW 발행 급증은 지난 7월 금융위원회가 자본시장법 개정안으로 BW 발행조건을 내년부터 강화하기 때문이다.
15일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지난 14일까지 코스닥기업이 공시한 분리형 BW 발행은 218건으로 금액기준으로 1조6329억원에 달한다.
한 코스닥 기업 자금담당 임원은 “분리형 BW 발행이 금지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중소기업 자금난이 더 악화될 것”이라며 “내년 발행 금지에 앞서 이달 분리형 BW를 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7월 개정한 자본시장법에 미리 정한 가액에 따라 신주의 발행 등을 상장기업에 청구할 수 있는 ‘독립 워런트’ 발행을 허용하는 동시에 상장기업이 분리형 BW를 발행하는 것에 제한을 둔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기업의 최대주주와 사채권자 이익을 대변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 때문이다.
BW는 회사채에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인 ‘워런트’가 붙어 나온다. 이 중 분리형 BW는 회사채와 워런트를 분리해 따로 거래할 수 있다. 사채권자는 BW 인수 후 워런트만 떼어 판매함으로써 사채 인수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최대주주는 워런트를 매입해 싼값에 지분을 확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 기업은 분리형 BW 발행을 선호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이 부작용 방지를 위해 실물거래와 연계된 경우로 발행 사유를 명시하고 행사가액 이외에 발행가액도 규제에 나선 것이다.
실제 코스닥 상장사인 A사는 지난 7월 150억원 규모 분리형 BW를 제3자에게 발행했다. 이어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최대주주가 워런트 일부를 사들였다. 매입액은 2억5000만원 규모였으나 워런트의 권면 총액은 75억원에 달했다. 최대주주가 헐값에 워런트를 매입함으로써 추후 주가차익을 볼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독립워런트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이런 거래가 어려워지게 된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최대주주와 사채권자는 사전에 사채와 워런트 행사에 대한 내용을 각각 조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리형 BW 발행을 선호해왔다”며 “독립 워런트 제도가 정착되면 분리형 BW 발행으로 최대주주와 사채권자가 나눠 갖던 이익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주들에게 환원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분리형 BW 발행이 금지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중소기업 자금난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코스닥기업 월별 BW 발행 공시 현황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