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D 대란 현실화…유통 · 제조사 확대 일로

태국 홍수로 품귀…"차라리 SSD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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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가시라니깐요.”

 11일 오후 용산 전자상가 조립PC 업체 밀집지역. 한 매장에서 기자 신분을 밝히고 태국 사태 영향을 묻기도 전에 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근처 매장에 있던 한 판매직원은 “지금 모든 업체들이 매우 민감한 상태”라고 귀띔했다. “불황이 심해 평소에도 손님이 많지 않았는데 태국 사태 이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격까지 올라 손님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이날 매장을 찾은 손님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평소 금요일에는 제법 고객이 있던 곳이다. 텅 빈 매장을 홀로 지키는 점주도 있었고 아예 셔터를 내린 곳도 적지 않았다.

 #2. 서울 신정동 PC방 사장 A씨. 그는 최근 24대의 조립 PC를 용산 제조사에 주문했다가 취소했다. 가격도 협상했던 것보다 25% 올랐고 한 번에 5대씩 나눠 공급하겠다는 답변 때문이다. 그는 당분간 PC 교체 없이 점포를 운영키로 했다.

 

 태국 홍수사태로 야기된 HDD 파장이 심상치 않다. 세계 HDD 생산량의 40%를 담당하는 태국 공장이 조업을 중단하면서 벌어진 공급 부족 사태가 국내 유통가를 넘어 PC제조, 일반 수요자까지 확대되고 있다.

 유통가에서는 HDD 가격이 한 달 만에 배 이상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물량 자체를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반도체 유통 전문업체 SAMT 관계자는 “태국 사태 이후 HDD 가격은 120% 올랐고 물량은 60%가 줄었다”며 “보유 중인 물량을 쪼개서 중소업체에 10개 단위로 나눠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용산에서 PC조립사업을 하는 B씨는 “중소업체는 재고를 미리 확보하기도 어렵다. 중간에서 장난치는 유통업체들에도 불만이 많다”며 “고급사양 PC를 원하는 손님에게 차라리 SSD를 쓰라고 권하고 있지만 판매가 이전보다 4분의 1로 줄어들었다”고 하소연했다.

 대기업군에 속하는 삼성전자·LG전자·삼보컴퓨터는 PC 최대 성수기 1분기 출고분까지는 HDD조달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HDD 생산량을 대부분 자체 기기 생산분으로 돌렸다. 나머지 대기업도 1분기 이상 재고는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태국 현지 공장 복구여부에 따라 사태 장기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기업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HDD 제조업체는 물론이고 부품을 공급하는 회사까지 정상화돼야 하는 게 문제”라며 “HDD 공급부족의 장기화에 대비한 수급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HDD는 웨이퍼 단계에서 시작해 완제품을 만드는 데 보통 3개월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태국정부가 홍수복구를 이달말 시작해도 물량 공급까지는 6개월, 가격이 정상화되는 데는 최소 1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태국 이외 지역에서 HDD 생산을 늘릴 수도 있지만, HDD는 SSD에 밀려날 제품이라는 인식이 많다”며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HDD제조사와 전문 유통점도 수익 확대전략을 펴고 있어 단기간에 물량 공급이 늘어나기도 힘든 구조”라고 진단했다.

김용주기자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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