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 연료 고갈에 따른 대체 에너지 개발이 본격화하고 있다. 휘발유 대신 전기로 움직이는 자동차의 상용화는 이제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자원고갈에 따라 대체재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자원도 있다. 바로 물이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온 상승은 사막화를 진행시키고 지하수를 고갈시킨다. 많은 미래학자들이 ‘20세기가 석유의 시대라면 21세기는 물의 시대’라고 말한다. ‘블루골드’라고 불리는 것을 보면 그 중요성이 얼마나 커졌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많은 선진국들이 이미 수처리 산업에 관심을 갖고 관련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지금까지의 물은 공공재라는 인식과 함께 정부에 의해 독점적으로 운영되어 왔지만 물 부족이 심화됨에 따라 경제적 효용을 갖는 자원으로 그 인식이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민간기업 참여기회의 폭도 넓어지고 있다. 선진국은 노후 설비를 교체·개선하고 있으며, 개발도상국들은 도시화가 진행됨에 따라 수처리 시설을 신설·증설한다. 생활수준 향상에 따라 늘어나는 수처리 기반시설 투자 수요 증가로 각국 정부의 재정부담이 무거워 지고 있다는 점 역시 민영화를 앞당기는 요인이 됐다.
세계 유수의 글로벌 수처리 기업들이 이러한 시장 확대에 대응하여 활발히 움직인다. 이미 베올리아(Veolia)나 수에즈(Suez)와 같은 프랑스 수처리 기업들이 세계 수처리 시장의 3분의 1가량을 점유했다. 이는 2000년대 초반에 70%이상을 점유하던 것에 비하면 많이 감소된 수치이나 GE나 지멘스(Siemens)를 포함하면 아직도 몇몇 기업에 의해 과점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베올리아나 수에즈 같은 글로벌 수처리 기업들은 장비 제조 및 수처리장 설계 시공 사업에서부터 운영과 관리를 아우르는 토털 서비스로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GE나 지멘스 같은 가전기업들도 변화하는 트렌드에 발맞춰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 리더십을 갖기 위해 앞다투어 사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수처리 산업은 오랜 연구와 투자를 요하는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 중에 하나다. 산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고농도 폐수가 증가하고 있고, 산업용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담수화 플랜트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생물학적 방식과 모래를 이용하는 방식으로는 대응이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멤브레인 필터나 자외선 살균 방식 등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있고, 폐수를 먹는 물로 만들기 까지 가스, 미생물, 중금속, 이온 등 많은 제거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까다롭고 엄격한 수준의 기술이 요구된다.
우리 나라의 경우 지방 상하수도는 지자체 직영체제로 운영되고 있고, 하수처리 위탁 운영을 제외하면 민간기업의 참여가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최근에는 자원으로서의 물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사업타당성이 긍정적으로 검토되면서 여러 기업들이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세계 수처리 기업들에 비해 늦은 감이 있지만 IT기술이나 가전 기술 등을 접목한 연구 개발이 진행되어 빠른 시일 안에 격차를 좁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처리 사업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사업이라는 인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와 겨룰 수 있는 실력을 갖춘 기업들을 육성해야 한다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중동지역과 같은 물부족 국가뿐만 아니라 중국 등 산업화가 한창 진행 중인 개발도상국에서도 물수요가 증대하고 있고 베올리아나 수에즈와 같은 세계적 수처리 기업들은 이미 이 시장에서 경쟁을 시작하고 있다. 물이 자원이 되고, 물자원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본격화 되면 관련 기술을 누가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큰 요인이 될 것이다.
<이영하 LG전자 HA사업본부 사장 yh.lee@l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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