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D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면서 대기업 PC 브랜드와 조립PC 제조사 간에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전망이다. HDD 공급 물량이 줄어들면서 대량 구매하는 대기업 위주로 HDD 공급이 편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정 재고 물량을 확보해 PC 가격 인상폭이 미미한 대기업과 달리 재고가 없다시피 한 조립PC 업계는 가격 인상분을 그대로 반영할 수밖에 없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 PC 제조사와 중소 조립PC 제조사 간 HDD 수급 부족에 따른 영향이 판이하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삼성전자, LG전자, TG삼보컴퓨터, 한국HP 등 주요 PC 제조사는 올 12월과 내년 1월까지 PC 생산 물량을 확보한 상태다. 이는 대부분 연중 최대 성수기인 3월 신학기 시즌에 주로 유통될 예정이어서 내년 신학기 시장 대응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반면에 중소 조립PC 업계는 HDD 수급 대란 직격탄을 맞았다. 대기업처럼 수개월치 재고를 확보하기 어려워 HDD 가격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고스란히 반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용산에서 주로 유통되는 조립PC 가격 인상폭은 대기업 제품보다 훨씬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브랜드 PC 제조사들이 지난 1일 일제히 PC 가격을 인상함에 따라 실제로 유통 제품 가격이 최소 3%에서 최대 15%가량 올랐다.
반면에 조립PC는 저사양 기준 20만~30만원대 제품이 30만~40만원대로 50%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HDD 가격이 평소 대비 두 배가량 오른 데다 수급 부족 현상이 장기화될 조짐이어서 가격이 지속적으로 인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용산 조립PC 판매업체 한 상인은 “태국 사태 이후 손님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며 “전에는 제품 상담 후 구입 비율이 90~100%였는데 이제는 돈을 더 주고 브랜드 제품을 사거나 구매를 포기하는 손님이 많아져 실제 구매 비율이 평소의 절반 뿐”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HDD 공급이 정상화되기 전까지 대기업과 중소 조립PC 업계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HDD 제조사와 판매 채널들이 대량 구매하는 대기업에 공급 우선권을 주기 때문이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