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대란의 진앙지인 태국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은 태국 왕실관개국 발표를 인용해 수도 방콕의 침수사태가 앞으로 열흘 정도면 진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왕실관개국은 “올해 태풍과 폭우로 아직 85억㎥의 물이 방콕 북부에 남아 있다”며 “짜오프라야강을 통해 바다로 자동 배출될 35억㎥를 뺀 나머지는 방콕시의 배수시스템을 거쳐 하루 4억㎥씩 바다로 배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방콕시의 배수시스템과 남은 강물 규모를 감안하면 열흘 정도라는 추산이 나온다.
부품 조달에 차질을 빚은 제조업체들의 생산활동이 점차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피해를 입은 HDD 공장이 언제쯤 정상가동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번 대홍수로 인해 태국에서는 10여곳의 HDD 생산공장이 가동을 중단했다. 이 공장들의 HDD 출하량이 줄면서 그 여파는 PC 업계로 이어졌다. 4분기 PC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10%정도 줄어들고, 내년 1분기에도 20%가량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태국은 세계 HDD 생산의 45%를 담당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이번 홍수에 따른 피해로 PC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HDD가 PC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10%다. IDC는 HDD 가격이 안정화되는 시기를 내년 6월로 내다봤다. PC 가격은 내년 하반기에나 완전히 정상화할 것으로 봤다.
대홍수는 지난 7월 25일 태국 중·북부 지역에 폭우가 집중되면서 비롯됐다. 홍수가 동남아 제조업의 허브인 태국 중·북부에 들이치자 이 지역 7개 공단이 침수됐다. 자동차산업과 전자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문을 닫은 공장의 약 65%가 자동차와 전자제품 제조업체다.
나콘사완주, 아유타야주 등 태국 중·북부 지역은 강물 수위가 낮아지면서 일부 복구 작업이 시작됐지만, 수도인 방콕은 북부 지역에서 유입된 강물 때문에 침수 피해가 지속됐다. 태국의 가장 오래된 공업단지인 방콕 근교 나바나콘 공업단지는 지난달 17일 침수됐고, 인근의 아유타야주에 있는 5곳의 대규모 공단도 물에 잠겼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