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이어 이탈리아 위기...프랑스까지 옮겨붙나

(서울=연합뉴스) 한창헌 이 율 기자 = 전 세계 금융시장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이탈리아 채무불이행 우려가 프랑스로 옮겨 붙을지 관심이다.

이탈리아 부채위기가 악화하면, 전 세계에서 이탈리아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프랑스가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 전날(현지시각)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프랑스 신용등급을 강등했다는 잘못된 보도자료를 실수로 배포하는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했다.

7% 선을 뚫었던 이탈리아 국채 10년물 금리는 차기 총리 후보로 몬티 전 유럽연합(EU) 집행위원이 지목되면서 다시 6.91%로 떨어졌다. 당분간 이탈리아 국채금리는 경제지표와 정치권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이탈리아의 상태가 그리스만큼 나빠진다면 프랑스뿐 아니라 독일, 영국, 미국, 한국까지 확산돼 전 세계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국채 최대보유국 프랑스도 위험

이탈리아 부채 위기가 악화하면 프랑스도 심각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프랑스가 전 세계에서 이탈리아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프랑스 민간은행은 1천50억 유로 규모의 이탈리아 국채를 갖고 있다. 두 번째로 많은 독일 은행 보유액 509억 유로의 두 배에 달한다.

만일 이탈리아가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면 프랑스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프랑스 은행들이 줄줄이 도산하는 최악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의 위기는 곧 프랑스의 위기로 인식되고 있다.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는 모스크바 회동에서 "프랑스가 (이탈리아에 이어) 시장으로부터 공격당할 위험을 맞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밤 독일과 프랑스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 스프레드는 사상 최고치인 170bp(1bp=0.01%포인트)로 치솟았다. 국채수익률 스프레드 확대는 프랑스가 그리스나 이탈리아와 비슷하게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된 결과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프랑스 신용등급 강등 발표는 오류였던 것으로 결론이 나 한바탕 소동으로 일단락됐지만 프랑스에 대한 불안감은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달 무디스로부터 앞으로 3개월 안에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경고를 받은 바 있어 신용등급 강등 이슈도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

현대증권 이상재 경제분석부장은 "프랑스 문제는 이탈리아 위기 해소 여부와 연계해서 봐야 한다. 이탈리아 부채 위기가 단기간 해소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프랑스에 대한 우려도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이탈리아 위기 그리스 수준으로 악화되면 공멸

증시 전문가들은 만약 이탈리아가 채무불이행 수순을 밟게 된다면 프랑스뿐 아니라 독일, 영국, 미국, 우리나라 등 전 세계 증시를 끌어내리는 방아쇠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스피는 최악에는 1,300, 원ㆍ달러 환율은 1,500원까지 폭등할 것으로 전망됐다.

현대증권 오성진 리서치센터장은 "이탈리아가 채무불이행 사태에 빠진다면, 독일과 프랑스 은행이 도산하게 되고 미국과 영국시장까지 타격이 클 것이다. 우리나라도 차입금 회수와 외국인의 주식매도가 겹쳐 코스피가 1,300선까지 떨어지고, 원ㆍ달러 환율은 1,500선까지 폭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리스 경제규모의 5배인 이탈리아가 무너지면 상황이 심각해지기 때문에 유럽은 대책 마련을 서두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전략팀장은 "전 세계 국채시장 3위인 이탈리아가 위기에 빠지면 많은 나라가 위험하다. 그리스가 3년을 버틸 수 있는 금액으로 이탈리아는 6개월 겨우 버틸 수 있을 정도로 이탈리아는 덩치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탈리아가 제2의 그리스로 가면 유로지역의 판이 깨지며, 프랑스로 전염되는 것은 물론, 유럽은행에 신용부도스와프(CDS)를 판매한 미국은행들도 어려워질 수 있다. 이 경우에 코스피 전망을 하는 것은 무의미하며 무조건 시장에서 떠나라고 조언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대신증권 박중섭 글로벌팀장은 "이탈리아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이 프랑스 민간은행들이기 때문에 이탈리아 위기는 프랑스로 전염될 가능성이 높다. 이탈리아가 워낙 경제규모가 큰 나라여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충논의가 빨라질 수 있기 때문에, 채무불이행을 선언할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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